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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밤거리 단속했더니... 옆 동네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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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밤거리 단속했더니... 옆 동네 불야성

입력
2018.01.0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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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원성 샀던 성매매 노래방

경찰ㆍ송파구청 석달간 특별단속

북적이던 먹자골목에 발길 뚝

“불법영업 길동으로” 풍선효과

신장개업 홍보물ㆍ호객꾼 시끌

이번엔 길동 주민들 “못 살겠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길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내 노래방 건물 조명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길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내 노래방 건물 조명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올해로 30년째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먹자골목’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민모(73)씨는 “이곳에 온 후 최근 몇 달 새 겪은 상권 침체가 최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송파경찰서와 송파구청이 지난해 9월부터 석 달간 가락동 노래방 성매매 및 불법 영업 행위 특별단속을 하는 바람에 유흥 목적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먹자골목을 찾던 시장 상인과 직장인들 발길이 뚝 끊긴 탓이란다.

2일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불법 영업 단속 건수는 성매매 7건, 접대부 고용 21건, 주류 판매 및 보관 65건 등 207건이다. 동네 주민들의 원성을 샀던 노래방 내 성매매 및 호객행위, 노래방 접대부를 실어 나르던 일명 ‘보도방’ 차량들의 불법 주차 등 웬만한 불법 행위는 사라진 상태. 지난해 8월 먹자골목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순찰차 7대와 형사기동대원 10여명 등을 상시 투입한 성과다. 주민 문모(50)씨는 “최근 2, 3년 사이 노래방 안에서 불법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졌다는 건 알만한 주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아 걱정이 컸는데, 경찰과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줘 불법 영업은 사라진 것 같다”고 만족했다.

반면 이곳 상인들은 “상권 침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경찰과 구청을 원망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집중단속)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 이상 끊겼다”며 “상가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수입은 서너 달 사이 반 토막이 나 상인 대부분이 빚을 내 임대료를 내는 실정”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민씨도 “(노래방 업소에) 계도 기간을 주거나, 심각한 불법 행태 먼저 단속을 했으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가락동서 일하던 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강동구 길동사거리 업소들로 간 걸로 안다”고 했다.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은 채 불법이 옆 동네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만 키웠단 주장이다.

실제 민씨가 지목한 길동사거리 일대 유흥주점 및 노래방 밀집지역을 찾아가보니, 곳곳에 ‘신장개업’ 홍보물이 내걸리거나 개업 축하 화환이 놓여 있었다. 기자가 노래방 입구로 들어서자, 호객에 나선 종업원들은 “요즘 가락동에서 일하다 이곳으로 넘어온 여성들이 많다”라며 술과 노래, 성매매를 엮어 비용으로 수십 만원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길동은 가락본동과 반대로 상인들은 미소 짓고, 주민들은 울상이다. 특히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동신중학교와 불과 200~300m 떨어진 거리라 학생들 방과 후 관리에 적신호가 커졌다. 접대부가 드나드는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게 되고, 이를 실어 나르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탓에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주민과 학생들 얘기다. 동신중 재학생 진모(15)군은 “노래방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건 친구들도 다 안다”며 “경찰차가 돌아다니긴 하지만, 단속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꾸준히 살피며 단속하고 있다”면서 “주민 불편이 계속된다면, 단속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1일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내 ‘먹자골목’에 즐비했던 노래방 간판 불이 대부분 꺼져 있다.
1일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내 ‘먹자골목’에 즐비했던 노래방 간판 불이 대부분 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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