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국가의 지급 보장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2일 밝혔다.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 등과 마찬가지로 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10년 넘게 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이날 전주 공단본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제도이고, 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역대로 국민연금 이사장이 국가 지급 보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명문화의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든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므로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가 지급 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2007년 2차 연금개혁 때부터 나왔다. ‘연금 기금이 부족하면 국가 재정으로라도 연금을 주겠다’는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해 가입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국가 지급 보장 의무가 법에 명시된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외에서는 독일, 일본 등이 국가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번번이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불발됐다.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어차피 정부가 돈을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생겨 보험료율 인상 등 당면한 국민연금 개혁 과제에 실패할 수 있고, 자칫 국채부채 산정 시 연금충당부채로 인식될 수 있어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반대 근거였다.
여전히 논란은 진행형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인상 등 수지 균형을 위한 가입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개혁이 선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지급 보장 의무만 들어가면 가입자의 책임감이 떨어져 개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무원ㆍ군인연금 등은 국가가 사용자여서 지급 보장 의무가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해 형평성 주장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과 징수를 하기 때문에 국가가 연금 지급 책임도 지는 것이 맞다”면서 “이런 책임이 명시되어야 납부 저항도 줄어들고 국민연금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춘숙,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를 담은 법 개정안을 내면서 국회에도 계류 중인 상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여부는 올 10월 결과 발표를 앞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의 공식 안건으로 선정돼 있는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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