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복씨, 정봉숙 할머니와 동거
대학병원도 할머니 돕기 나서
한 퇴임 경찰관이 파출소장 시절 알게 된 수해 피해 독거노인을 7년째 돕고 있다. 퇴임 후 가족 동의 하에 집까지 새로 장만해 할머니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면서까지 극진히 보살피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대학병원은 병마와 싸우는 할머니에게 도움 줄 방법을 찾고 있다.
2014년 경찰 공무원을 정년 퇴임한 하정복(63)씨와 정봉숙(81) 할머니의 인연은 2011년 시작됐다. 그 해 7월 27일 경기 동두천시의 파출소장이던 하정복(63)씨는 수해가 난 관할지역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할 지역 곳곳을 순찰하던 중 홀로 힘에 부친 채 복구에 안간힘을 쓰던 정 할머니를 처음 봤다. 당시 동두천에는 오후 한때 45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6명이 숨지고, 주택 1,887채와 도로 72곳이 침수 또는 유실되며 이재민도 600여 명이 발생했다.
한국전쟁 때 피난을 와 폐지 수집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하던 할머니는 수해로 앞으로의 살길이 더 막막해진 상황이었다. 자식은 없었고, 남편은 1990년대 후반 지병으로 사망해 그를 돌볼 사람마저 아무도 없었다.
이때부터 하씨는 할머니 집을 매일 방문해 보살폈다. 지난 2014년 경찰관에서 퇴직한 후 아예 집 한 채를 마련해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하씨는 "정 할머니와 피 한 방울 섞이진 않았지만, 현재 우리 가족 모두 '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내 뜻에 동의해준 아내와 딸들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전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등이 동반된 심각한 배뇨장애가 찾아왔다. 주변사람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꾹 참아온 게 병을 키웠다. 하씨는 굳이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정 할머니를 간신히 설득해 지난달 경희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이런 사연을 뒤늦게 알게 된 경희대병원 측은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인 하씨가 할머니와의 인연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현재 사회사업팀을 중심으로 정씨를 돕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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