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알파인 정해림
5년전 이상호와 국제대회 동반우승
부끄럼 잘 타 하프파이프서 전향
유로파컵 17위가 최고성적이지만
모국서 생애 첫 올림픽 출전
변수 많은 종목이라 메달도 가능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설상 종목 첫 메달을 선사할 유력 후보다. 강원 정선군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처음 썰매를 타 ‘배추 보이’로 잘 알려진 이상호(23ㆍ한국체대)의 존재 덕분이다. 이상호는 지난해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2관왕, 3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은메달로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를 썼다.
지금은 이상호에게 가려졌지만 5년 전만 해도 그와 함께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소녀가 있었다. 여자 기대주로 주목 받았던 정해림(23ㆍ한국체대)이다. 2013년 3월 FIS 캐나다 주니어 선수권에서 이상호와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했던 정해림은 4년 전 FIS 랭킹이 부족한 탓에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놓쳤으나 ‘평창행 티켓’은 실력으로 당당히 따냈다.
최근 강원 휘닉스 평창에서 만난 정혜림은 생애 첫 올림픽에 대한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주요 국제 대회는 대부분 외국에서 하니까 부모님이 직접 경기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평창에선 직접 볼 수 있으니까 기대를 많이 하신다”고 밝혔다.
정해림은 스노보드를 즐겼던 육군 장교 출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스키장을 갔다. 그 때부터 매년 겨울이 되면 거주지 경기 화성에서 이천에 위치한 지산리조트를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니며 보드를 탔다. 본격적으로 스노보드에 입문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정해림은 “당시 아빠가 아마추어 대회에 내보냈는데 1등을 했다”며 “공부로는 칭찬을 못 받았지만 스노보드로 처음 1등을 해서 칭찬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후 스노보드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하프파이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스노보드는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과 회전과 예술성을 채점하는 프리스타일로 나뉜다. 알파인은 평행대회전, 평행회전 그리고 프리스타일은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등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하프파이프를 타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1년간 알파인을 경험했는데, 적성엔 알파인이 더 맞았다. 정해림은 “사실 부끄러움을 잘 타서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하프파이프는 부담스러웠다”며 “반면 알파인은 초를 다투는 기록으로만 승부를 하니까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해림은 올림픽을 앞둔 2017~18시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유로파컵에서 거둔 17위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평행대회전은 이변이 많은 종목으로 꼽힌다. 두 명의 선수가 평행한 코스를 나란히 달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이기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찰나의 실수가 승부를 가른다. 이상헌(43) 대표팀 총 감독은 “어제 1등이 오늘 바로 밀려날 수도 있는 종목”이라며 “하늘이 도와주면 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정해림은 “소치올림픽을 준비할 당시엔 이상헌 감독님 혼자서 대표팀 선수 5명을 데리고 혼자 영상도 찍고, 운동시키고, 밥도 해주고 그랬다”며 “최근엔 대한스키협회의 지원이 좋아져 선수 5명에 코칭스태프도 총 5명이라 훈련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새해 소망은 물론 올림픽 메달이다. “올림픽을 좋은 성적으로 잘 마치고 멋진 남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평창=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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