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떠나는 종교계
아픔 달래려는 사람들은
절ㆍ교회 대신 공공단체로
“대다수 절과 예배당은 성스러움과 무한, 빛과 소금을 상실한 채 영화 한 편보다 더 가르침을 주지 못하고, 일개 상담소보다 더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지극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 모두 공범자이고 탐욕과 이기심을 일소하지 못한 채 남의 탓만 하고, 성직자와 수행자들의 반민주적 언행을 방관하거나 침묵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모인, 평신도와 재가불자들, 그리고 종교 관련 시민단체 50여곳으로 구성된 ‘불교ㆍ개신교ㆍ천주교 종교개혁선언 추진위원회’ 회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2017년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원효 성사 탄생 1,400주년’이었다. 아낌없는 축하를 주고받아야 할 해였지만, 그 해의 마무리는 처참한 반성문이었다.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줘야 할 종교가 오히려 화를 돋우는 분노유발자가 된 현실 때문이다.
종교계가 질타의 대상으로 떠오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됐다. 개신교계는 최근 사람들 입길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종교인 과세와 명성교회 세습 논란 때문이다. 약한 논리로 과세에 반대하고, 세습을 강행하면서 지금까지도 조롱 받고 있다. 불교계 역시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의혹제기와 폭로전으로 신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효과를 누리고 있는 천주교계 또한 낙태죄 폐지 같은 현대적 이슈에 대해 여전히 절대 반대라는 보수적 입장만 내세워 여성단체 등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화합과 치유를 외쳐야 할 종교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분노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계에 대한 불만은 종교인 감소라는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해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인구는 전체의 46.6%로 5년 전 55.1%에 비해 8.5% 포인트 하락, 절반 이하가 됐다. 특히 20대의 종교인구 비율은 15.9% 포인트나 폭락한 30.7%에 그쳤다.
전반적인 규모의 하락만큼이나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곳을 고르라 했더니 성당이나 절이라 대답한 사람은 각각 2.2.%, 2.1%였고 교회를 꼽은 이들은 0.2%에 불과했다. 공공단체(39.7%)나 사회단체(6.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배종석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표는 “조사 내용을 보면 교회를 평가할 때는 목사와 장로의 언행, 그리고 신도들의 언행을 많이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세상 사람들이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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