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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졸중∙당뇨병∙우울증… 가난하면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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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졸중∙당뇨병∙우울증… 가난하면 더 아팠다

입력
2018.01.05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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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그룹, 뇌졸중 진단율 두배

“2년내 건강검진 받았다” 49% 불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성북구의 쪽방촌에 사는 정모(54)씨는 우울증약, 무릎관절염약, 수면제, 파킨슨병약 등 하루에 먹는 알약 개수가 20개가 넘는다.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평생 먹어야 할 약 목록이 늘어나는 게 두려워 고혈압약은 일부러 처방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과 음식 배달 등을 하다가 2012년 목 디스크 증세 등이 악화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정씨에게 가난과 함께 찾아온 것은 우울증과 허리디스크 등 각종 질환이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벌어지는 건강 격차가 여전히 상당한 수준임이 수치로 확인됐다. 몸이 아파서 가난해지고, 가난 때문에 몸이 더 상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하다는 의미다.

4일 질병관리본부의 ‘2016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했다.

8,150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을 하(25% 이하)ㆍ중하(25% 초과~50% 이하)ㆍ중상(50% 초과~75% 이하)ㆍ상(75% 초과) 4단계로 분류해 대면조사를 한 결과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소득 상위 그룹(상)은 유병율이 9.7%였던 반면 하위 그룹(하)은 13.7%에 달했다. 고혈압도 소득 하위 그룹 유병율이 31.6%로 상위 그룹(28.7%)보다 높았다.

특히 뇌졸중 진단 비율은 소득 하위 그룹이 2.6%로 상위(1.1%)나 중상위(1.2%)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 진단 비율 역시 소득 하위 그룹이 2.7%로 가장 높았고, 상위 그룹은 1.8%에 머물렀다. 골관절염(하위 그룹 11.1%ㆍ상위 그룹 6.6%)과 류마티스성 관절염(하위 그룹 2.2%ㆍ상위 그룹 1.5%) 역시 소득에 따른 격차가 확연했다.

부모가 가난하면 아이도 아플 확률이 높았다. 1~18세의 천식 진단 경험 비율은 하위 그룹이 6.0%로 상위 그룹(2.6%)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정신 건강 또한 빈부 격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우울증 진단을 받은 비율이 상위 그룹은 3.3%로 하위 그룹(6.4%)의 절반 수준이었다.

저소득층은 아파도 병원을 잘 찾지 못할 뿐 아니라 평상 시 건강 관리 역시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병원 진료가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연간 미충족의료율’(치과 제외)을 보면 소득 하위 그룹이 10.5%로 상위 그룹(5.3%)의 2배 수준이었다. 치과 관련 미충족의료율도 하위 그룹이 31.4%로 상위 그룹(18.2%)을 압도했다. 저소득층은 ‘시간이 없어서’(31.4%) ‘돈이 없어서’(27.6%)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근 2년 내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상위ㆍ중상위 그룹은 각각 69.5%, 67.8%였지만, 하위 그룹은 49.5%로 2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암 검진 수검률은 상위 그룹(53.9%)과 하위 그룹(39.5%)의 격차가 15%포인트 가까이 났다. 평상시 걷기,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실천율도 소득 하위 그룹은 상위 그룹보다 5~10%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경원 질본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저소득층은 젊어서는 운동, 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나이 들어서는 경제적 여건 탓에 정기검진이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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