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에 타종할 종 없다” 주장에
희망대종 제작 TF 구성키로
장학금 재원이던 지역협력기금
제작비로 충당 계획도 도마에
“복구비로 써도 모자란 판에
납득 안 되는 혈세 낭비” 지적
경북 포항시가 시 승격 70주년에 맞춰 30억원짜리 대종 제작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해 지진으로 포항지역에만 5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1,440억원의 복구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마당에 과도한 예산 낭비 아니냐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내년 시 승격 70주년에 맞춰 가칭 희망대종을 만들기 위해 이달 중 자치행정과 건설과 도시재생과 국제협력관광과 등 4개 부서 직원들로 대종제작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7일 밝혔다. 또 포항시의원과 전문가 등 30명을 뽑아 대종제작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크기와 디자인, 설치 장소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총 비용은 종 제작 15억원, 종을 설치해 두는 종각 제작비 15억원 등 모두 30억원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남구 호미곶에서 “제야에 타종할 종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자 제작을 검토했다. 포항시는 마지막 날 자정에 디지털 화면에 뜨는 대종을 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포항시립미술관이 두 달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대종 제작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진으로 포항에는 546억1,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복구비만 1,44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황병열 전 포항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은 “흥해 실내체육관 등에 거주하는 이재민만 500명이 넘고 위험 판정 건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십 억짜리 대종 제작이 시급한 일이냐”며 “차라리 그 돈으로 지진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종 제작비 출처도 논란거리다. 포항시는 올해부터 3년간 포항시금고로 지정된 대구은행이 자금 1조3,980억원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내는 지역협력기금 30억원을 제작 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이 3년 전 시금고를 유치할 때는 포항시장학회에 기탁해 어려운 형편에도 성적이 우수한 지역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장학금으로 지역협력기금이 사용됐다.
한 포항시의원은 “포항시장학회가 저금리에다 경기 불황으로 기부가 적어 장학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데 지역협력기금을 대종 제작에 쓴다니 더 납득할 수 없다”며 “지역협력기금은 혈세나 다름 없는데 포항시가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대종 제작을 위해 관계 부서간 태스크포스 구성을 논의하는 단계”라며 “종 위치 등 결정된 내용이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난 2016년 새마을운동 발상지의 위상을 강화한다며 3억5,000만원을 들여 높이 45m의 게양대와 가로 12m, 세로 8m짜리 대형 새마을 깃발 제작을 추진하다 혈세낭비라는 비난이 일자 6개월 뒤 철회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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