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정보 빼낸 단서 포착
검사들과 유착 여부 등 집중조사
소음피해 수백억 가로챈 의혹
수사 2년간 지지부진 석연찮아
문무일 총장 최근 상황 심각성 인식
관련 수사과정 전반 감찰 지시
집단소송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중견 변호사가 검찰 내부인사를 통해 각종 수사정보를 빼낸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에 연루된 검찰 전ㆍ현직 인사들을 엄단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고검 감찰부는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에 포함된 지연이자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최모(57)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최근 전격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전직 운전기사 이모(35)씨 주거지 및 최 변호사와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 전 대표의 주거지와 구치소도 압수수색 했다.
지난해 주변 인사 등을 통해 횡령과 탈세, 주가조작 등 최 변호사 비리 의혹이 여러 차례 불거졌으나, 2년간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검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뒷말까지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지경이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감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변호사와 관련한 수사과정 전반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2014년 서울서부지검 수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이르기까지 사건 처리과정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최 변호사가 검찰 인맥을 활용해 수사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고 검찰 내부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했는지, 검찰이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는지, 변호인과 현직 검사들간의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는지가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최고위급 출신 인사와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들을 변호인으로 내세워 대응해왔다.
검찰은 또 최 변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금융 브로커(본보 2017년 12월 4일 12면 보도) 조모(38)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수사관 2명이 각종 개인정보와 수사자료를 외부로 유출시킨 혐의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 최 변호사의 관여 여부, 전ㆍ현직 검찰 인사 개입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최 변호사는 대구 K2 공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대구 지역 피해주민들에게 줘야 할 배상금의 지연이자 142억원을 차명계좌를 활용해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계약서를 위조한 적이 없으며, 횡령과 탈세 주가조작 혐의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활용한 부분에 대해선 “내 계좌로 돈이 많이 거래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통보돼 당국의 조사를 받을까 봐 직원들 계좌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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