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성욱 "'82년생 김지영'은 반여성적"
알림

전성욱 "'82년생 김지영'은 반여성적"

입력
2018.01.08 10:21
0 0

“여성의 삶 상투화…” 비평집 '문학의 역사(들)'서 비판

82년생 김지영. 출처=한국일보DB
82년생 김지영. 출처=한국일보DB

문학평론가인 전성욱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조교수가 최근 펴낸 비평집 '문학의 역사(들)'(갈무리)에서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책에 실린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고, 소리 크게 외쳤지만 들리지 않았던 자들의 목소리, 그것을 이 소설은 1982년생의 여자 김지영을 통해 세상에 현상하였고, 그 목소리의 숨은 주인공들이 열렬하게 응답하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어 "여성의 원한을 해원할 수 있는 무녀로서의 대화적 언술은 의사의 분석적 언술로 절취되어 그 광란의 힘을 잃어버렸다"며 "정치적 긴급함이 전술의 안이함에 대한 변명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여성의 삶을 그렇게 사회적인 통념으로 상투화하는 것은 오히려 반여성적이다"라며 이 소설의 서사 방식을 비판했다.

이에 관해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서사구조가 갖는 상투성이 여성의 현실을 통속화한다. 소재나 주제로 여성을 전면화했으나 정치적으로는 대단히 반여성적인 소설"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주인공) 김지영이 그렇게 된 데에는 여전히 강력한 가부장제의 악력과 더불어, 그 가부장제의 구조 속에서 구성된 여성들의 자발적 동조의 메커니즘이 큰 이유를 제공하였다"며 "전투의 그 격렬함을 유인하기 위해 복잡한 적의 정체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확정하려는 섣부른 타협이 옳은 일일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오히려 성별의 이해(利害)에 대한 고루한 통념을 더 확고하게 할 뿐이라면 차라리 그 책장을 펼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동일성의 확인과 답습을 공유하는 자들의 연대는 대체로 극렬하게 배타적"이라며 "그런 배타적 연대는, 결국은 오인된 전쟁으로 발발해 선량한 이들을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염무웅, 신경숙, 마광수, 장정일, 황정은, 편혜영, 윤대녕, 정이현 등에 관한 비평이 담겼다.

저자는 부산에서 활동하며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과 편집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