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 소음 배상금 횡령 혐의
본인의 사건재판 증인 신문에서
“사건 제보자가 검찰 수사관에
뇌물 5000만원 준 사실 아냐”
검찰도 “파악 못한 부분” 당황
내부정보 유출 경로 집중 조사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견 변호사가 법정에서 검찰 내부 수사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검찰 내부 조력자를 통해 수사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발언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모(57) 변호사 측은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의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배상금 횡령 사건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운전기사 이모(35)씨를 신문했다. 최 변호사는 대구 K2 공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대구 지역 피해주민들에게 줘야 할 배상금의 지연이자 142억원을 차명계좌를 활용해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변호사 측 변호인은 이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최 변호사 비리를 제보한) A씨가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 5,000만원을 준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모른다”고 답했다. 최 변호사 측은 그 동안 공판 때마다 비리 제보자인 A씨 말은 믿을 수 없다며 그의 주장을 깎아 내리는데 주력해 왔는데, 그 날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로 물은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A씨는 해당 수사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최 변호사 측은 법정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언한 것이다. 검찰도 당시 처음 듣는 내용을 최 변호사 측이 말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 측은 발언 경위에 대해 “당시 그런 내용의 인터넷 보도가 있어서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공판 이전에 A씨나 5,000만원 뇌물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 변호사 측이 법정에서 확신을 갖고 언급했을 정도라면 수사내용을 잘 아는 인물이 알려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최 변호사 측이 법정에서 ‘A씨의 5,000만원 뇌물제공’을 언급했을 당시 검찰 내부 비위 혐의를 수사중인 서울고검에서는 5,000만원을 검찰 수사관에게 제공한 당사자를 A씨로 지목해 ‘토끼몰이 수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수사 초기라서 당시 외부에서는 수사상황을 공식적으로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는데도, 최 변호사 측이 법정에서 본인이 원하던 대로 진행되던 수사상황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검찰은 A씨 측이 이후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며 혐의를 부인하자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지난달 11일 금품을 받은 수사관만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정보와 수사정보를 입수한 정황을 다수 포착하고 내부 조력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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