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는 초속 50m로 날아가…한번에 침방울 100만개 튀어
감염자 1명이 평균 1.5명 옮겨…기침할땐 가리고 마스크 써야
# 최근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서울 사당동에서 잠실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탄 주부 L(42)씨는 기분이 상했다. 택시기사가 계속해서 기침을 해댔기 때문. L씨가 “마스크라도 하시지. 혹시 독감이세요?”라고 묻자 택시기사는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L씨는 “요즘 독감이 얼마나 심한데 폐쇄 공간인 택시 안에서 기침을 하는 것은 대놓고 독감을 옮기는 행위”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음악회 참석을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 K(46)씨는 한 남자 승객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 승객은 손이나 휴지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재채기를 해댔다. 보다 못한 한 중년여성이 “이봐요. 좀 손이라도 가리고 재채기를 하세요”라고 지적하자, 그 승객은 “저, 독감 아니에요”라며 성을 냈다.
A형과 B형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동시에 맹위를 떨치면서 공공장소에서 ‘기침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성이 높다.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확진 전 원인 불명의 재채기라도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독감환자가 급증하면서 기침을 할 때는 휴지나 손수건,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감 의심환자 수는 지난달 24~30일 외래환자 1,000명당 71.8명으로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1일 이후 불과 한 달도 안돼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명의 감염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평균적으로 1.5명 정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독감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48시간 이내로 짧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감염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일차적으로 증식하는 부위인 코나 목에서 분비물이 많이 생성되며, 침이나 콧물 등 분비물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직경 5~10㎛의 침 방울은 ‘에어로졸(aerosol)’, 이보다 큰 것은 ‘비말(droplet)’이라 하는데, 환자의 덩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채기를 한 번 할 때마다 100만개 정도 침 방울이 튀어 나온다. 기침을 할 때 침 방울은 보통 초속 10m, 재채기를 할 때에는 초속 50m 속도여서 여간해서는 피하기도 어렵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과 환기가 되지 않은 공간에서 장기간 머물면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의들은 기침예절은 ‘생명수칙’이라고 강조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렸거나, 독감이 의심스러울 경우 마스크를 쓰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옷깃으로 입을 가리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생명수칙”이라며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독감을 완벽히 예방할 수 없으므로 독감유행 중에는 철저히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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