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65만원 이하 근로자 대상
저축액에 기부금ㆍ이자 등 지원
작년 9월 경쟁률 9.4대 1 인기
청년들 “미래 희망 생겨” 만족
3년차 연극배우 권동원(29ㆍ경기 용인시)씨는 평소 월급이 많지 않아 목돈을 불리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에 밤에는 카페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주머니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재테크를 포기하고 살던 그에게 희망의 싹이 튼 건 지난해 6월부터였다. 매달 10만 원씩 3년을 저축하면 1,000만 원의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대상자에 선정된 것이다. 권씨는 “훗날 돈을 쓸 수 있다는 건 나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것”이라며 “청년통장 대상자로 선정되고서는 연극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 오히려 수입도 늘었다. 1,000만원을 받으면 내가 기획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5년차 회사원 김민수(30ㆍ고양ㆍ가명)씨는 열악한 처우에 화가 나 3번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취업-퇴직-재취업’으로 이어지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저축은커녕 경제적 곤궁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신청한 경기도 청년통장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뒤부터는 종자돈 모으는 재미에 일도 즐거워졌다.
경기도가 2016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입한 ‘일하는 청년통장’은 저소득 근로 청년의 근로의지를 고취시키고 자산형성을 돕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표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이다. 대상은 중위소득 100%(1인 월 165만원)이하의 청년 근로자(만18세~34세)다. 도가 매년 2차례 내는 사업 대상자 선발 공모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대상자 여부가 결정된다. 사업대상자는 도와 청년통장 가입 약정을 맺은 뒤 3년 간 고용을 유지하며 월 10만원씩 3년을 저축하면 도의 지원금, 민간기부금, 이자를 합쳐 1,000만 원의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닌 저임금의 청년 근로자들에게 미래를 위한 목돈마련의 기회를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는 2016년 5월 500명을 첫 선발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만500명을 사업 대상자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22억원을 투입했다. 통장요정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생민씨는 2017년 하반기 청년통장 설명회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마중물을 주는 감동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청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도 얻고 있다. 청년통장이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오른 데 이어 2017년 9월 4,000명 모집에서는 3만7,402명이 지원해 9.4대1이라는 역대 최고 신청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 중에 대상자 5,000명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사업대상자의 만족도도 높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대상자 5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97.8%가 청년통장 정책에 대해 만족해했다. 응답자의 89.8%는 ‘청년통장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증대됐다’고 말했고, 60.6%는 ‘청년통장 가입 후 이직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고 답했다.
도는 청년통장에 이어 올해부터는 청년근로자가 10년 이상 매월 일정액을 납입하면 최대 1억원의 목돈을 적립해 주는 청년 연금 등 ‘일하는 청년 시리즈’를 전면 시행한다.
윤영미 도 사회적일자리 팀장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후에 건강한 금융생활을 돕는 재무교육과 미니가계부 온라인 체험 등 청년 스스로 목표 설정과 미래를 설계 할 수 있는 특화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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