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다른 비용 못 줄여
인건비 부담 더 크게 느껴져”
영세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업시간 줄어드는 게 문제”
시간제 근로자 “급여 인상됐지만
일할 시간 더 줄어들까 우려”
전년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사회적 충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 아르바이트생 등을 만나 사정을 들어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고 하소연하는 영세 중소기업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시급을 900원 인상하는 것보다 한해 수십, 수백만원씩 오르는 임대료가 더 큰 부담”이라고 말하는 자영업자가 공존하고 있었다.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한 세밀한 정책을 마련해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될 것이란 의미다.
자영업자 “시급보다 임대료가 더 문제”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10년간 노래방을 운영한 김모(40)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게 운영에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 임금이 시간당 1,000원 오른다고 하면 하루 8시간 기준 총 8,000원 오르는 건데 손님 한 팀 받으면 되는 정도”라며 “가게를 운영하는데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와 세금이 더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중구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가게 운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4, 5년 전만해도 3만원이면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6시간 고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5만원을 줘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 수를 최소화하고 아내가 수시로 식당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 2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오모(62)씨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다른 비용을 줄일 수 없는 점 때문에 인건비 상승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임대료나 본사에 내는 돈은 업주가 조정할 수 없어서 결국 인건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생도 돈을 더 받고 주인도 돈을 더 벌면 좋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 임금을 더 올리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정책에 동의하지만 시행 시기를 조금 늦추자는 의견도 있었다. 종로구 관철동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결국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정부의 정책에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시중에 돈이 돌려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들부터 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시중에 돈이 돌아, 우리 같은 영세자영업자도 여유가 생길 때 최저임금 인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세업체 “최저임금 인상 지원책 탁상공론”
직원을 구하기 힘든 영세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소규모 의료수선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61) 사장은 “직원이 모두 60대 이상으로 지금 임금에 만족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1, 2명을 해고해야 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지원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최저임금을 주고 사람을 쓸 때 고용보험 등을 가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분들의 인건비 지원받겠다고 정규직 같은 고용보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안산시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조 모(65)사장은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정규직이고 비정규직도 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업시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지 최저임금 때문에 사람 자른다는 건 일부 중소기업의 엄살”이라고 말했다.
알바생들 “일자리 줄어들까 걱정”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여가 오르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무조건 반기지는 않았다. 을지로의 커피숍에서 일하는 임모(24)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사장님이 하루 근무 시간을 한 시간 줄이고 자신이 나와서 일하고 있다”며 “일 덜하고 받는 돈은 같아졌지만, 앞으로 일할 시간이 더 줄어들게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햄버거집과 편의점 등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하는 김모(22)씨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걱정했다. 그는 “인상된 급여를 받고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며 “다른 편의점은 근무시간을 1~2시간씩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박모(24)씨도 “아직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임금이 더 오르면 점주가 사람 쓰기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현장처럼 이를 둘러싼 효과와 부작용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바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급격하게 많이 오른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며 “시장 독점력이 높아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인원 감축 등을 최저임금 인상률만의 문제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라며 “임대료, 가맹비, 카드 수수료 등 다른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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