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쟁이 7년째로 접어들지만, 민간인에 대한 극도의 폭력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지역에 폭격은 일상이었고 외부 지원 또한 차단됐다. 시리아 인구 중 절반이 훨씬 넘는 수가 분쟁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다. 여전히 식량과 의료에 대한 접근은 극도로 열악하다. 수많은 의료진이 떠났거나 살해를 당해 물자와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병원들이 많다. 의료 시설, 의료진, 환자 모두 무차별 표적 공격의 희생자가 됐다. 2016년에만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의료 시설 32곳이 총 71차례 폭격을 맞았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한 세대의 파멸’을 맞닥뜨린 시리아인들을 위한 구호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리아 가운데서도 최근 분쟁이 집중된 라카ㆍ알레포 등 북부 시리아 전투 지대와 교전선 지역은 언론 주목을 많아 받아 왔다. 반면 남부는 국제적인 관심에서도 밀려나 있다. 물론 북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남부의 사정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국경없는의사회는 남부 시리아 지역 가운데서도 요르단 국경에 인접해 있는 다라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6년 7월과 2017년 5월, 2회에 걸쳐 임의로 선정된 주민 8,000여 명과 문답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분쟁이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의 폭력 상황이 전체 인구 20만명에 이르는 동부 다라 인구 절반 가량을 피난길로 내몬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라 가정의 절반 가량은 조사 실시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12개월 사이 가족 구성원을 잃은 경험이 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군사 작전에 휘말려 사망했다. 남부 시리아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한 약사는 “전쟁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공습으로 신체에 부상을 입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상처도 있다. 이 분쟁 때문에 한 세대가 완전히 파멸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폭력 상황이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생존자들은 여전히 취약한 생활 여건에 노출돼 있다. 공습 여파로 집이 훼손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러 차례 집이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1차 조사 당시, 60% 이상이 ‘2011년 이후 거주지를 최소 1회 옮겼으며, 이 가운데 90%가 폭력 때문에 거주지를 옮겼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약 3분의1은 미완성 또는 훼손된 집에서 지내며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쟁은 사회 기반 시설도 무너뜨렸다. 경험이 많은 의료진도 부족해진 상태다.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많은 경우 먼 길을 이동해야 한다. 이동 수단은 비싸고 대부분 사람들은 비용을 감당할 능력도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가야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 건강 문제 또한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자연스레 신체 건강은 물론 삶의 질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첫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25% 가량은 지난 한 달 사이 ‘정신적 고통’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한 이들 중 대부분(80% 이상)이 지난 6개월 이상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고 했고, 절반 이상이 최근 신체 부상이나 질병 등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병원 치료를 받은 비율은 20%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 지역 산모들과 신생아들을 위한 의료 지원 공백에도 주목하고 있다. 위험한 가정분만 및 부실한 산전 관리가 산모 및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5세 미만 아동의 경우 최대 60%가 의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우리가 다라에서 확인한 결과들은 그 지역 시리아 인구를 대표하는 것이다. 이는 시리아인들에게 충분한 인도주의 지원이 닿질 않고 있으며, 구호 단체의 접근이 부족하고 따라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호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2165호(현 결의안 2393호)의 재채택을 인정한다. 이 결의안은 시리아로 구호를 전달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분쟁 전선 및 국경 너머로의 이동 경로 이용을 지속적으로 허가하는 내용이다. 수백만명의 시리아인들에게 국경 너머로 구호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생명줄이며, 국경없는의사회가 남부 시리아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에도 필수적이다.
티에리 코펜스ㆍ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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