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존재
내 장례식에 부르고 싶은 친구
‘나에게 개는 어떤 의미일까.’
2018년 ‘황금 개의 해’를 맞아 어느 때 보다 개를 비롯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 3월부터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돼 동물복지가 한 단계 성숙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식용 문제와 동물학대 기준 강화 등 보완되고 논의돼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동물보호와 복지에 힘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명에게 개의 의미와 함께 올해 동물 분야 이슈에 대해 들었다.(가나다 순)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
개는 나에게 선생님이다. 그 ‘친구’들로 인해 내 자신이 발전하려고 노력해왔고 잘못된 길로 빠지려 할 때도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개와 관련된 사건, 사고도 많았고, 올해는 개의 해여서 개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동물 관련 사건들은 아프기도 했지만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사는 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가 됐다. 특히 올해는 반려인들이 먼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19년을 함께 산 반려견 ‘찡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찡이를 만나 내 인생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 여기까지 왔다. 얼굴 크고 다리 짧은 털북숭이의 어디에 사람의 인생까지 뒤흔드는 에너지가 숨어 있는 걸까. 찡이와 지내면서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음식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물고 가는 수유묘를 만나 길고양이의 분투하는 삶을 알게 됐다. 또한 어릴 적 좋아했던 동물원이 동물들에게는 감옥과 같은 곳이란 것도 알게 됐다. 인간이 먹고, 즐기고, 사용하는 동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라고 가르쳐 준 찡이는 네 발로 내게 찾아온 스승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원장
나에게 개는 ‘내 장례식에 꼭 와줬으면 하는 친구들이자 환자들’이다.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진료해준 동물 환자들이 문상을 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들에게 제법 괜찮은 수의사였다면 ‘한번 와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이런 바람은 좋은 수의사가 되기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올해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예의를 갖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동물은 동물에 불과할 뿐’이란 생각에는 존중이 빠져있다. 동물은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은 훌륭하고 세련된 사고능력이 있다. 동물을 존중하고 윤리적으로 대하는 게 동물보호의 시작이다.
사유리 방송인
나에게 개란 ‘날 사람으로 만들어준 존재’다.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가끔 내가 강아지를 키운다기 보다 강아지가 나를 키워준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일본 대출광고에 치와와가 등장해서 치와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그만큼 버려진 치와와도 많아졌다. 동물을 가족처럼 사람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쉽게 샀다가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이라는 건 결국 책임이다. 동물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버리는 것이며 책임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사랑을 버리는 것이다.
이지은 (스타견 달리 반려인)
나에게 개는 너무 소중해서 이 세상 그 무엇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달리’는 나에게 가족이어서, 1등 로또복권을 준다고 해도 절대 바꿀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이미 1등 로또복권 이상의 행운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던 개를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 쉽게 내버린다. 개에겐 생명이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걸 잊지 말자. 올해는 유기견 문제들이 줄어들고, 관련 정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영어로 ‘로드 도그(road dog)’라는 표현이 있다. ‘항상 어울려 다니는 친구‘를 뜻하는 속어다. 함께 산 지 9년이 된 반려견 ‘밴조’는 문자 그대로 내 ‘로드 도그’다. 일이 없을 때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그러나 아직 우리 주위에는 ‘반려’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수많은 개들이 있다. 가장 접하기 쉬운 동물인 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갖는 지위를 반영한다. 올해는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개들이 종(種)이나 생김새와 상관없이 사람 옆에서 훌륭한 동물로 살 수 있는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정애 국회의원
토이푸들인 ‘해피’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9년 넘게 동고동락하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개는 서로 감정을 나누고, 삶을 함께하는 생명체이자 가족이라 할 수 있다. 반려인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법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사회적 보호수준도 미약하다.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물에 대한 국민ㆍ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동물을 ‘인간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호하고 함께해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할 때 동물학대가 줄어들고 복지도 향상될 수 있다. 무술년인 올해가 동물복지 향상의 전환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리=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