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배터리 게이트로 고전하자
삼성, 갤럭시 S9 출시 한달 당겨
LG는 GㆍV 시리즈 출시시기 변경
브랜드 이름 바꾸는 방안도 검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가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예년에 비교해 한 달 정도 앞당겨 선점을 노린다. 지난해 말 휴대폰 사업 수장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선언한 LG전자도 신년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손질해 부활을 꾀한다.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공세가 올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두 업체가 우리나라의 ‘휴대폰 강국’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끄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을 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다음 달 26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직전에 갤럭시S9 공개행사(언팩)를 열 계획으로, 판매는 3월 말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갤럭시S8가 3월 말 미국 뉴욕에서 베일을 벗은 뒤 4월 21일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신제품 출시가 약 한 달 앞당겨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 애플이 ‘배터리 게이트’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보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통상 1, 2달 정도는 출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며 “마니아층이 탄탄했던 애플의 위기가 삼성의 신제품 판매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지난해 MWC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6’를 공개했던 LG전자는 올해 MWC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V 시리즈 출시’라는 공식을 깨는 것부터 아예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가 신제품을 냈으니 따라 내는 것은 안 하려고 한다”며 갤럭시S 등 타사 제품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할 준비가 됐을 때 내놓겠다고 밝혔다.
각각 전략 수정에 나선 두 업체의 올해 실적이 스마트폰 사업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 텃밭이었던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에 화웨이가 진출을 선언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애플, 중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며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올해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LG전자의 경우 올해도 반등하지 못하면 재기가 어렵다”며 “삼성전자는 접히는 스마트폰(폴더블폰)을 언제 내놓느냐가 1위 사수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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