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용인 아파트 이어
16일 평창 졸음쉼터 등서 진행
“천륜을 저버렸다. 이놈…”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한 김성관(36)이 15일 현장검증을 위해 생전 어머니가 살던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 들어서자 주민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이씨는 회색 패딩 점퍼에 카키색 바지와 검은색 운동화 차림을 한 상태였다. 경찰이 지난 13일 신원공개를 결정, 얼굴을 가릴 모자나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2시간여 전부터 기다린 주민 10여명은 “얼굴을 들어라”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포승줄에 묶인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75ㆍ여)씨는 “계란 한판, 소금 한 바지가 가져와서 뿌려야 되는데 경찰이 씻겨줘야 하니까 뿌리지도 못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70)씨도 “천륜을 저버린 범죄로 옛날이었으면 쳐 죽일 놈이었다”고 비난했다.
주민들의 비난을 뒤로하고 어머니의 집에 들어간 김씨는 범행과정을 재연하다 감정이 격해져 흐느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어머니와 이부동생을 살해한 순간을 재구성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1일 모친 A(당시 55세)씨와 이부(異父)동생 B(당시 14세)군, 계부 C(당시 57세)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사흘 뒤 아내와 2세ㆍ7개월 된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했지만, 현지에서 붙잡혀 지난 11일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의 아내 정모(33)씨는 자녀들과 함께 지난해 11월1일 자진 귀국했으나 공범 혐의(존속살인 등)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1차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은 16일에는 계부를 살해하고 유기한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 횡성군 콘도 주차장 등에서 2차 현장검증을 진행한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은 사건이 송치되면, 보강 수사를 거쳐 김씨를 기소하고 김씨의 아내의 혐의도 같은 강도살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