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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M "한국 GM 신차 물량 줄테니 정부가 1조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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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M "한국 GM 신차 물량 줄테니 정부가 1조원 내라"

입력
2018.01.16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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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 사장, 지난해 말 방한

한국 철수 압박하며

“차입금 상환 등 도움 주면

북미시장 판매 차량 맡길 것”

한국지엠(GM)의 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정부에 한국GM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천문학적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추가 생산에 따른 공장증설, 차입금 상환 등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에서 일부 부담해달라는 것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지난주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KDB산업은행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을 각각 만나 한국GM 회생방안과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고 13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앵글 사장은 한국GM 등 해외 사업장을 총괄 관리하고 있어, 차량 생산물량 배정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GM 운영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앵글 사장이 정부 금융 관계자를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한국GM 회생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며 구체적 지원 규모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달 말 한국GM에 만기가 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10억달러(약 1조619억원)를 상환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이를 부담해달라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달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다음 달 있을 임금협상에서 새로운 수출물량 배정 등 한국GM의 미래전략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GM본사의 결정이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앵글 사장은 비공개 면담에서 정부가 차입금 상황에 도움을 주면 대가로 “연간20만대 수출물량 신규 배정”을 제시했다. GM 내에서 글로벌 라인업에 대한 논의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데, 한국 정부가 거액 투자 등에 나설 경우 북미시장에 판매할 새로운 개발 차량을 한국GM에 맡길 계획임을 설명했다. 이 신규 차량 개발 비용이 30억달러에 달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국GM에 물량을 줄 수 없다는 게 GM 측 주장이다. 연간 20만대 이상 생산 가능한 군산공장의 경우 올해 배정된 물량이 2만대에 불과한데, 앵글 사장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군산공장을 살리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만남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1월 1일자로 새로 임명된 앵글 사장이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 차원의 방문이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앵글 사장은 방한 당시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철수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으며, 군산공장은 현재로선 정부의 도움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GM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군산공장 폐쇄를 넘어 한국 철수까지 불사하겠다며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군산공장의 주요 생산 차량이었던 올란도를 대체할 차량인 에퀴녹스를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ㆍ판매키로 결정했으며,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주요 부품 10년 치를 올 3월까지 생산해 러시아 물류창고로 보낼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한국GM 노동조합 측은 “군산공장 폐쇄 시 글로벌 시장에서 크루즈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GM이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고 있다. 한국GM은 인천 군산 창원 보령 등 공장 4곳이 있는 대규모 업체이어서 철수 시 상상도 못 할 여파가 있겠지만, 이미 쌍용차 사태를 겪은 데다, 전 세계 시장에서 GM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한국GM이 GM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철수설을 흘리며 지역 민심이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도 GM이 과거 호주에서 정부 보조가 끊어지자 바로 철수를 선언한 전례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면밀하게 실익을 따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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