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1~2억원 싸게 매입
진입로는 땅 사지도 않고 내
일감 싸고 갑질 논란에 휩싸여
포스코 부사장이 자신의 아들 명의로 포항제철소 외주업체 대표의 땅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뒤 호화주택을 지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곳은 경북 포항 남구 연일읍 자명리에 40m 거리를 두고 나란히 들어선 저택 2채로, 한 채는 포스코 부사장 A(59)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이고 한 채는 포스코에서 일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기계정비 외주업체 대표 B(59)씨의 집이다.
포스코 한 직원은 “부사장이 하필 외주사 대표 집 바로 옆에 집을 지어 말이 많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건 매입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A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아들(32) 명의로 면적 828㎡의 B씨 땅을 3.3㎡(옛 1평)당 약 54만8,000원, 총 1억3,75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땅을 판 B씨는 지난 2014년 7월 이 땅을 3.3㎡당 55만원에 샀다.
포항지역 공인중개사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부동산소개소에 따르면 포항 자명리 일대는 도심과 인접하고 풍광이 뛰어나 전원주택지로 각광받으며 땅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고급식당과 카페가 속속 들어서 농지도 3.3㎡당 100만원을 호가한다.
포항지역 공인중개사 정모(50)씨는 “저택이 들어선 땅은 바로 옆 폭 12m의 도시계획도로로 계획돼 있어 3.3㎡당 15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3억5,000만원 이상 거래될 수 있는 땅인데 다운계약서를 쓴 게 아니라면 1억에서 많게는 2억 이상 낮게 매매된 셈이다”고 말했다.
더구나 부사장 A씨는 B씨의 땅을 사지도 않고 집 앞에 폭 6m, 길이 40여m의 진입로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집을 신축하며 길로 포장한 땅은 B씨 소유로 면적 268㎡의 밭이다. 통상 타인의 땅에 길을 낼 때는 부지를 매입하지만 A씨는 토지사용승낙만 받고 도로를 냈다.
A씨와 B씨는 2005년부터 업무 관계로 알고 지낸 사이이긴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A씨는 “집터로 좋은 곳을 찾다가 (외주업체 대표에게) 소개를 받았고 비탈이 심하고 집 앞 묘지 등을 고려해 적절한 값을 치렀다”며 “진입로 사용하는 땅의 소유권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2014년 땅을 살 때 부사장과 함께 집을 짓기로 계획하고 명의만 내 것으로 구입, 3년 전 매입가와 같은 값으로 되팔았다”며 “진입로가 된 땅도 이미 도로로 계획한 것이라 매각할 필요가 없었고 토목공사비는 부사장이 모두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B씨가 운영하는 외주업체는 지난 2004년 11월 설립됐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전 공장의 기계정비와 벨트교체 등의 일감을 받아 수행하며 130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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