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약사범 1만4000명 중
10%만 치료ㆍ교육 지원 받아
심리치료 예산은 10억원뿐
“(마약류 투약 때문에) 모든 걸 다 잃고 다시 일어서려 했지.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4년이라는 시간을 감방에서 살다가 다시 나왔어. 마음은 이겨내야지 하는데 내 힘으로는 안돼.”(투약 13년, 징역 8년6월 경험자)
“의지로 쉽게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약이 의지로 끊어지는 건 아니에요. 약을 해 본 사람이면 알죠. 병원도 가보고 쉼터도 가보고 정신과 의사 상담도 받고 별의별 짓을 다 해봐도 끊을 수 없는 게 약이에요. 절대 의지대로 되지 않아요.”(향정신성의약품 17년 경험자)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마약류 의존자 대부분은 투약과 형사처벌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단약(斷藥)’ 의지가 강했다. 마약류의 유혹 앞에 무너져 내린 경험을 토로하며 치료 및 재활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판매나 유통에 가담한 범죄자 외에 단순 마약류 경험자들을 치료 받아야 할 환자로 인식하고 치료 및 재활에 국가적ㆍ사회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법령에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국가 책임이 규정돼 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은 ‘마약류 오남용으로 인한 보건상 위해를 방지해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연구ㆍ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관련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 전국 21개 전문치료병원에서 치료 받도록 조치된 ‘치료보호’ 대상은 262명, 검사 청구로 법원이 재활센터에 수용 및 치료를 받도록 결정한 ‘치료감호’는 25명이다. 같은 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검찰이 기소유예 결정한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은 648명, 지정교도소 8곳 안에서 치료 및 교육을 받은 사람은 700여명이다. 그 해 마약류 사범수(1만4,214명)를 감안하면 10%도 채 안 되는 소수만 지원을 받은 셈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법무부가 2016년 9월부터 심리치료과를 신설해 치료 및 교육을 보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52개 교도소ㆍ구치소에서 매달 한 차례(2시간) 이뤄지던 교육은 매달 8차례(16시간)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 중독사범 전담치료 특성화 기관으로 지정된 전북 군산심리치료센터는 중독자들이 마약류 등의 유혹을 이겨내고 생활인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이끄는 ‘치료공동체’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전국 교정당국 직원 중 131명은 한국중독심리학회와 협력해 교정시설 내 중독사범을 특별 관리할 수 있도록 중독심리사자격증을 땄다.
다만 심리치료과 관련 예산이 올해 10억779만원에 불과한 데다 이 예산이 마약류 중독 전용이 아닌, 다양한 범죄자들의 심리치료 등에 쓰이는 상황이라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마약류 중독자를 처벌 대상인 범법자로 보는 일반 시각 때문에 치료 및 재활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정부가 인색한 것 같다”며 “이들이 우리사회 일원으로 다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1 도돌이표: 절망과 참회의 악순환
2 상상 초월: 청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3 좀 이상해: 개운치 않은 수사와 재판
4 마약 양성소: 전문가 키우는 교정시설
5 보름 합숙: 쉽지 않은 재활의 길
6 갈 곳이 없다: 취업과 치료 거부하는 사회
7 일본 가 보니: 민간이 주도하는 재활센터
8 재사회화: 극복하고 있어요 응원해 주세요
특별취재팀=강철원ㆍ안아람ㆍ손현성ㆍ김현빈ㆍ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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