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현송월 등 7명 파견하려다
밤 늦게 번복… 이유는 안 밝혀
당국자 “방남 중지, 취소는 아닌 듯
주말 판문점 채널로 北 의도 파악”
정부 “금강산ㆍ마식령 선발대
23일 육로 파견” 北에 통지
북한이 20일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 계획을 19일 밤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전격 취소했다.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단장인 현송월이 사전점검단을 이끌기로 했던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북측 인사들의 첫 방남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던 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북측이 ‘파견 취소’ 대신 ‘중지’라는 표현을 쓴 만큼 일정만 다소 미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국 해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이 밤 10시쯤 20일로 예정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우리측 지역 파견을 중지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명의로 된 통지문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왔고, 파견을 중단한 이유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주말에도 판문점 연락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만큼 통일부는 파견 중단 이유 등을 추가로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지의 의미가 취소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측은 이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포함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을 1박 2일 일정으로 20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에 보내겠다고 통지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북측 사전점검단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공연장을 둘러보고 남측 관계자들과 공연 일정 및 내용, 공연에 필요한 무대 조건과 설비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은 15일 평창 올림픽 계기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합의됐다.
북측이 남측에 보내기로 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현송월임을 공식화한 것도 이날 통보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현송월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워낙 아껴 북한의 국보(國寶)로 통하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정치적 위상이 급등한 데다가 15일 남북 실무접촉에 관현악단 단장이라는 직책으로 나와 사실상 차석대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남북은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측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한 차례 공연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악단 구성이나 단장이 누구인지 등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북한이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은 첫 해외공연을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았다가 공연을 불과 6시간 앞두고 짐도 놔 둔 채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에도 북한이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바람에 소문이 분분했다. 공연 관람자의 격을 놓고 북중 의견이 충돌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중국 측이 모란봉악단 공연 무대 배경에 핵 미사일이 등장하는 것을 문제 삼자 “원수님(김정은)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현송월이 반발한 게 가장 큰 배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우리측은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남북합동 문화행사 및 마식령 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진행과 관련,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포함한 선발대 12명을 23일 동해선 육로로 파견하겠다고 북측에 전했다. 평창 올림픽 관련 방북은 처음으로, 2박 3일 간 일정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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