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사실무근” 고소장 제출
김희중 “檢서 안묻고 모르는 얘기”
정치권서도 “부적절한 거론” 비판
정치권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미국방문 중 명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MB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양측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구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여사는 19일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 여사 측은 “박 의원 주장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전날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핵심 진술은 지시에 의해 본인이 특활비를 받았고 이를 달러로 환전해 김 여사를 보좌하던 청와대 제2부속실장에게 줘 김 여사의 명품 구입비에 쓰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시사프로에서도 “김 전 실장이 ‘1억원 중 3,000만~4,000만원 정도가 2011년 영부인의 미국 국빈 방문 시 행정관에게 돈을 줘 명품 사는데 쓰였다’ 이렇게 진술한 걸로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정작 MB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측은 “현재까지 수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확인된 바 없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김 전 실장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품 구입 여부와 관련해 “검찰에서도 (사용처에 대해) 그런 걸 물은 적이 없고, 나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 ‘명품’과 같은 원색적인 내용을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두렁 시계 사건’ 때와 판박이 양상이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권 여사가 박연차씨로부터 1억원짜리 명품 시계를 받은 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경북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당은 뇌물 수수 여부에 대한 수사와 상관 없는, 곁가지에 불과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망신주기’ ‘흠집내기’로 인격 모독을 했다며 반발했다. 돈 출처가 국정원인 김 여사 사안과 다른 점은 논두렁 시계 출처가 개인이라는 점뿐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야당 시절 상대방이 피의사실 본류와 동떨어진 내용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망신주기’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비판하던 현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입장이 바뀌더니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 역시 “검찰 수사로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 논평해도 충분한데,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진술을 거론해 현재 적폐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끌어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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