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연령대 중학생이 가장 많고
사망사건은 영유아 비중이 절반
아동학대는 통념과 달리 부모가 혼인계약을 맺고 자녀를 함께 양육하는 소위 ‘정상 가족’ 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보건복지부의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절반이 넘는 9,931건이 친부모가족 안에서 생겨났다. 2001년 전체 피해아동의 25.5%였던 친부모 가족의 아동학대는 2016년 53.1%까지 급증했다. 아버지와 자녀들만 사는 부자가정(14%), 어머니만 있는 모자가정(11.8%) 등을 포함하면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1.6%에 이른다.
아동학대라고 하면 언론에 흔히 보도되는 영유아 사망사건이 주로 떠오르지만, 학대 피해아동의 연령은 중학생에 해당하는 만 13~15세가 전체의 22.5%로 가장 많다. 아동의 발달단계상 이 시기가 학대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행동이 나타나기 쉬운 전기 청소년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학대가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초등 고학년인 만 10~12세(20.6%), 초등 저학년인 만 7~9세(19.2%)였다. 4~6세는 13.8%, 1~3세는 10.6%, 1세 미만은 2.2%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학대비율도 낮아졌다.
하지만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경우 총 50건 중 23건이 만 2세 미만으로 영아의 비중(46%)이 높았다. 영아는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학령기 아동과 달리 학대피해를 경험하더라도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55.2%로 여성(44.6%)보다 10%가량 높지만, 사망사건의 가해자는 여성이 33건(66%)으로 남성 17건(34%)에 비해 약 2배 높은 분포를 보인다. 영아기 주양육자가 여성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아동학대 가해자의 연령대는 40대가 44%로 가장 많았고, 30대 29.7%, 50대 12%, 20대 8.3% 순이었다.
아동학대 사건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01년 2,105건이었던 게 2016년 1만8,700건으로 9배나 늘었다. 2015년에 비해 59.6%나 늘어난 수치다. 전국 59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의심사례 총 2만9,674건 중 건당 약 2.1회의 현장조사를 통해 72.3%인 1만8,700건이 아동학대 판정을 받았다. 피해아동의 성별은 남아가 50.2%, 여아가 49.8%로 비슷하다.
피해아동의 특성으로는 반항ㆍ충동ㆍ공격성, 거짓말, 도벽, 가출 등 ‘적응ㆍ행동’으로 분류된 사례가 34.3%로 가장 많았다. 주의산만, 과잉행동 등 ‘정서ㆍ정신건강’이 28.9%, 신체발달지연, 언어문제 등 ‘발달ㆍ신체건강’이 9.2%로 뒤를 이었다. 아무런 특성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사건도 20.6%나 됐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몰라서 저지르는 학대가 가장 많다. 학대 가해자들이 보이는 특성 중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35.6%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사회ㆍ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 17.8%로 그 뒤를 이었으며, 부부 및 가족 갈등도 10.4%로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이었다. 폭력성이 가해자의 특성인 경우는 4.8%로 비율이 낮았다. 아동학대가 폭력성을 지닌 특별한 부모들의 문제라기보다 가정 내 최약자인 아동을 향한 평범한 부모들의 악행임을 보여준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ㆍ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나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으로 규정한다. 아동학대라고 하면 흔히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극단적 신체폭력을 떠올리지만, 가장 빈발하는 아동학대(중복학대 제외)는 정서학대(43.1%)다. 그다음은 신체학대가 38.2%로 많고, 방임 16.1%, 성학대 2.6% 순이다. 방임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불결한 환경에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처리를 하지 않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유기는 2012년부터 방임에 포함돼 집계되고 있다. 아동학대는 한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기보다 다양한 유형의 학대가 복합적으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아 전체 아동학대의 절반에 이르는 48%가 중복학대였다.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37.9%로 가장 많았다.
아동학대 판정을 받으면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까. 2016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1만8,700건에 대한 조치 중 가장 많은 건 아동이 주양육자에게 계속해서 보호를 받는 원가정보호였다. 무려 77.9%에 달한다. 친족이나 연고자, 위탁가정 등에 아동을 맡기는 분리보호(21.9%)보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아동학대예방사업의 궁극적 목적이 가족 보존의 가치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비록 가정 내에서 학대가 발생했더라도 학대의 위험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보호자의 의지가 있어 재발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확대피해를 최소화시켜 가족기능을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회복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교육과 양육상담, 심리치료 등의 적절한 개입 없이는 재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재학대 비율은 2012년 14.3%에서 2016년 8.5%로 낮아지긴 했지만, 재학대 건수는 914건에서 5년 새 1,591건으로 급증했다. 사건 초기 분리보호 된 피해 아동 중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아동이 28.9%에 불과한 것도 가정 내 학대 유발요인 및 재학대 위험성이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학대 특례법은 학대 가해자가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명문화했지만, 거부시 강제할 조항은 없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많은 가정이 빈곤 문제를 안고 있고, 생업과 생계를 이유로 교육을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경미화 홍보협력팀장은 “현행 법률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상담과 교육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불이행시 어떻게 하겠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를 강제화한 것처럼 상담 및 교육 이수도 강제화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속이나 수사 대상이 아닌 경미한 학대의 경우에도 학대행위자와 비가해 보호자에 대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및 교육, 심리치료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ㆍ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은 “학대부모의 부모교육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며 “아동학대 적발 후 부모교육에 응하지 않는 가정은 양육수당이나 아동수당 등 국가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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