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역에 나타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패션 코드는 ‘부티’였다. 고급 아이템으로 온몸을 휘감았지만, 한국 유행과는 미묘하게 어긋났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여우털 소재로 보이는 퍼 목도리다. 고동색, 은색 등이 어우러진 털은 풍성했고 목도리 한 쪽은 코트 앞쪽으로 길게 늘어졌다. 상당히 고가 목도리라는 얘기다. 다만 목도리 길이가 길어 젊고 경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진한 군청색 롱 코트는 최근 세계 트렌드에 맞는 오버사이즈 핏이다. 허리선을 들이지 않은 실루엣에 과한 장식 없는 디자인이다. 반드르르한 소재는 고가인 라마나 캐시미어로 보인다. 현 단장은 코트 안에 무릎 길이의 H 라인 스커트를 입고 베이지색 불투명 스타킹을 신었다. 보온 기능에 신경 쓴 듯한 스타킹의 소재와 색은 다소 나이 들어 보였다.
발목 높이의 앵클 부츠를 신은 건 과감한 선택이었다. 강원 강릉 현장 사전 점검 일정이라 걷는 거리가 꽤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굽이 높고 앞 코가 뾰족한 디자인을 골랐다. 기능보다 멋을 택한 것이다. 튀는 핸드백 대신 채도가 낮은 팥죽색 토트백을 들고 온 건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 같다.
현 단장의 화장법은 한국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부 표현을 자연스럽게 했고 진한 분홍색립스틱 말고는 색조를 많이 쓰지 않았다. 눈썹을 다듬은 모양도 한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나 싶을 정도다. 북한 여성들이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콘텐츠를 많이 접해 한국 화장법에 익숙하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오르내렸다. 한국 유행과 가장 엇갈린 건 헤어스타일이다. 현 단장은 헤어 핀으로 긴 머리의 일부만 고정하는 반묶음 스타일을 평소 즐겨 한다. 반묶음 자체는 청순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른바 ‘1 대 9 아재 스타일’로 만진 앞머리는 한국에선 유행이 지났다. 현 단장이 그런 스타일로 얼굴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자체가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왼손 약지엔 수수한 반지를 꼈고, 귀걸이는 하지 않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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