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수도권 주민’ 정체성
경제력 격차가 갈등 원인으로
이념 갈등은 5년 만에 증가세로
국민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갈등을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영ㆍ호남 갈등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던 이념간 갈등 양상은 지난해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 55%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에 대해 대체로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영남과 호남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50.7%였다. 수도권ㆍ비수도권 갈등이 영ㆍ호남 갈등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2013년 갈등해소센터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영ㆍ호남 갈등이 정서적인 지역감정에 주로 근원을 두고 있다면 수도권ㆍ비수도권 갈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경제력 격차가 주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대도시 위주의 물적ㆍ인적 투자가 집중되긴 했지만 수도권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경제력 격차 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912만6,000명이었던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 인구가 2017년 2,550만9,000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각각 연평균 3.9%, 3.2%씩 증가했지만 2000년대 1.3%, 2010년대 0.6%로 증가세는 급격히 감소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적 교류가 활발할 때는 경제적 격차 등에 대한 감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과거 수도권 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영남이나 호남 등 지역에 둔 경우가 많았지만 젊은 세대는 수도권 주민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배타적 감정이 증가하는 요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집단 갈등으로는 2년 연속 경영자와 노동자 간 노사 갈등(87.0%)이 꼽혔다. 빈부 갈등(84.7%)과 정규직ㆍ비정규직 갈등(84.6%) 등이 뒤를 이었다. 갈등해소센터는 “노사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5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건설ㆍ중공업 분야 등 기업 구조조정 및 수 차례 불거진 대기업 총수들의 부도덕성 논란을 통해 계층 갈등과 관련한 문제 의식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두드러진 건 진보ㆍ보수 이념 갈등이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높아졌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81.4%였지만 작년에는 다시 84.3%로 치솟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탄핵국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태극기와 촛불로 상징되는 보수ㆍ진보 세력간 갈등이 표면화 한 데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념 갈등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밖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진행한 공론화 방식의 결과에 대해서는 응답자 63.5%가 동의한다고 밝혀 동의하지 않는다(36.4%)는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또 공론화 방식에 대해서는 확대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46.3%로 공론화 방식 적용애 반대하는 의견(5.6%)보다는 월등히 많았지만,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41.6%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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