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에 과거 “주어가 없다”고 했던 반박과 관련해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나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대변인을 맡았다. 대선 과정에서 MB의 이른바 ‘광운대 BBK 홍보 동영상’이 공개돼 실소유주 논란이 커지자 그같이 해명했다가 10여 년 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당시에는 캠프에서 급하게 영상을 들어보고 문장이 상당히 뜬다고 생각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습관이 주어와 술어가 조응이 안 될 때가 많아서…(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말 습관을 설명하다 그런 표현을 했는데 10년 째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그러면서 “최근에 뉴스에서 다시 보니 (MB의) 말이 안 뜨기에 기자에게 ‘이거 편집한 거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그러더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욕 좀 하셨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자신의 해명이 잘못됐음을 에둘러 시인한 것이다.
영상에 따르면, MB는 2000년 7월 광운대 강연에서 “금년 1월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첫해에 흑자가 나는 증권회사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직전 영상이 공개돼 실소유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고,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나 의원은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했다고 돼 있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나 의원의 답변에 사회자가 ‘다시 그 동영상을 보니 MB가 BBK의 주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묻자, 나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다시 ‘결국 (실소유주 일)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나 의원은 “자꾸 몰아가지 말라”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맞겠으나 이건 보복수사로 비쳐진다고만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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