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갈등 악화 가능성도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발표한 ‘판사 블랙리스트(뒷조사) 의혹’ 추가조사 결과를 두고 법원 내부에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놀랍다”는 반응이 주류인 가운데 추가조사에서 열지 못한 파일을 마저 조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과 사법행정을 맡는 법원행정처의 정당한 업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22일 추가조사 결과를 접한 일선 판사들은 입을 모아 “행정처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행정처 경험이 없는 소장 판사들에게 충격이 컸다. 수도권 법원 한 배석판사는 “법관 동향을 파악하고 학술 모임을 견제하는 일에 높은 분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보고서도 작성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행정처가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배석판사도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적나라하고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라고 밝혔다. 행정처 문건에 이름이 거론된 한 판사는 “법관 동향 조사 부분은 분명한 사찰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추가조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왔다.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선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열어보지 못한 일부 파일을 마저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의혹 규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관련 사건이 형사고발 돼 있는 만큼 검찰이 영장을 통해 압수 수색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 혐의가 짙어지면 단순히 내부에서 징계할 수준을 넘어선다는 시각이다. 이날 추가조사위원회에서는 조사 필요성이 있는 일부 파일을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 반응은 온도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에 포함된 내부 문건이 정상적인 사법행정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국회 등에 대관업무를 하는 행정처로서는 법원 내 이슈와 동향을 파악해야 할 직무가 있다”며 “이런 업무는 윤리감사관실이나 인사실에서 하는 게 부적절해 기획조정실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정처 출신 다른 판사는 “결과적으로 특정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전무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두 달간의 추가조사 결과 끝에도 법원 내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채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있다. 조만간 발표될 대법원 공식 입장을 두고도 법원 안팎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판사는 “블랙리스트 문건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무관한 사법행정 문건을 다량 공개해 추가조사위원회가 갈등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추가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관련해 (유무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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