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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고민해 봅시다] 노량진 컵밥거리, 노점ㆍ상권 함께 살린 비결은?

입력
2018.01.23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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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 2번출구 앞 고가철로 아래에 전국노점상총연합 소속 상인들이 텐트를 설치한 채 농성을 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 2번출구 앞 고가철로 아래에 전국노점상총연합 소속 상인들이 텐트를 설치한 채 농성을 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유동인구가 많은 보행로에 설치되는 노점은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야외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만큼 위생에 대한 불신도 크다. 반면 저소득층의 생계 수단이 되는 노점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없애야 할 것으로 치부하기 보다 개선점을 찾아 노점의 긍정적인 역할을 살리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노점에 ‘거리가게’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역주민과 노점, 상인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차를 좁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노량진역 컵밥거리와 신촌 연세로는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에 늘어서 있던 컵밥 노점상 32곳은 2015년 10월 역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사육신공원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원래는 학원가 입구에 위치해 보행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곳이다. 노점마다 크기ㆍ형태가 각각 달랐던 매대는 같은 크기의 박스 형태로 정비됐고, 설치 비용은 상인들이 부담했다. 구청은 수도ㆍ전기 시설을 지원하고 가게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앉아서 밥을 먹을만한 공간을 마련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새로운 ‘먹을거리’ 공간이 조성되면서 인근 상가도 덩달아 활력을 찾았다. 안현 한양대 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국토계획지에 기고한 ‘거리가게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따른 상업가로 변화 및 이용자 만족도 분석’에 따르면 컵밥거리가 들어선 뒤 인근 상가에 PC방, 커피음료점, 음식점 등이 신규 영업에 들어갔고, 2016년 기준 서비스업종 추정 매출액도 전년과 비교해 높아졌다. 최재성 서울시 보도환경정책과 주무관은 “역과 떨어져 있어 사람이 많이 찾지 않던 곳에 컵밥거리가 생기자 주변 상인들의 매출도 늘어났다”며 “복잡한 역 인근의 유동인구를 줄이고 상권 확장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는 2014년 1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차도를 좁히는 대신 보도를 넓혔다. 넓어진 보도 위에는 기존 노점을 대신할 27개 거리가게 매대가 설치됐고 기존 노점상 중 일부는 창천로 등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탈세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노점상들은 구청에 매대 사용료와 도로 점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양성화됐다. 안현 연구원은 “불법 노점상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규격화해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노점이 가지는 영향력과 경쟁력을 충분히 검토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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