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우승이 아닌 자신만의 목표 뚜렷한 선수”
요즘 e북 읽기 취미… “소설 읽는 걸로 알아”
남자 테니스 정현(22ㆍ삼성증권 후원, 세계 58위)의 조력자인 손승리 코치가 노박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를 꺾은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16강전을 두고 “100점짜리 경기”라고 평했다. 정현이 승리 직후 코트 위에서 부모가 앉은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하리라고는 손 코치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손 코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 경기 직후 정 선수와) 서로 웃으면서 ‘수고했다’는 얘기를 한 것 그 이상이 있겠느냐”며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손 코치는 또 “정현이 훈련을 잘 소화하고 그런 것들이 실제 상황에서 잘 나왔던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정현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아버지 정석진(52) 전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과 어머니 김영미(49)씨, 친형인 실업 테니스 선수 정홍(25)씨 쪽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손 코치는 “저희도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선수가)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기간이 많은데 경기장에 와계시고, 또 (자기를 위해) 고생한 분들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손 코치는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100점이라고 생각된다”며 “프로 경기에서 이긴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매 경기 100점이 아니고는 이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정현은 우승을 하겠다는 그런 목표보다는 좀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목표가 굉장히 뚜렷한 선수”라고 평했다.
정현의 체력 관리도 화제에 올랐다. 정현은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에게 3대3으로 따라 잡혔을 때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 “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코비치보다 젊다. ‘2시간 더 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체력을 밑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다.
손 코치는 “(경기를) 마치고 나면 공식적인 마사지사라든지 치료사를 총동원해 관리하고, 또 어머님이 여러 가지 영양식을 챙겨주신다”고 설명했다. ‘정현이 좋아하는 영양식이 뭐냐’는 질문에 손 코치는 “어머님이 꿀부터, 정 선수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번에도) 많이 챙겨온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현은 요즘 e북 읽기가 취미라고 한다. 손 코치는 “요즘 독서에 취미를 붙여 핸드폰이나 태블릿PC에 (책을) 담아놨다가 읽더라”며 “지금은 소설 위주로 읽는 걸로 알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손 코치는 ‘우리나라에서 테니스가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라 후원 등에서 부족함은 없었느냐’는 물음에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좋은 선수가 한국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호주 오픈에서 정현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들 덕택”이라며 “테니스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현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관중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한국어로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분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요일(8강전)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정현은 국내의 뜨거운 관심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 듯 하다. 경기 뒤 외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선 ‘한국에서 인기가 높을 것 같다’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한국에선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라며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 그건 오직 테니스 코트에 있을 때뿐, 길거리에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어릴 적 우상이자 2년 전 자신에게 완패를 안겼던 조코비치를 뛰어 넘은 정현은 24일 세계랭킹 97위인 샌드그렌(27·미국)과 8강전에서 맞붙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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