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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IOC 위원장 “남북 공동입장은 세계 향한 강력한 평화 메시지”

입력
2018.01.23 22: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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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림픽 참가 권리ㆍ의무 있어

남북 선수 함께 뛰는 자체가 의미

분단국 독일 출신이라 잘 알아

젊은 세대에도 평화 의미 심을 것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출신으로서 나는 이번 평창 올림픽이 보낼 평화의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할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흐 위원장이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평창회의에 참가하기 앞서 활짝 웃는 모습. 로잔=EPA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출신으로서 나는 이번 평창 올림픽이 보낼 평화의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할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흐 위원장이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평창회의에 참가하기 앞서 활짝 웃는 모습. 로잔=EPA연합뉴스

토마스 바흐(65)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펼쳐질 남북 공동입장에 대해 23일 “과거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출신으로서, 나는 이번 평창올림픽이 보낼 평화의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23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도 다른 나라들처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모든 국가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건 IOC에게 부여된 임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IOC 컨퍼런스 통화를 통해 이뤄졌으며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도 함께했다.

다음은 바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000년 시드니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이 함께 입장했는데, 당시에는 IOC위원으로, 이번에는 위원장으로 공동입장에 힘을 보탰다. 다시 그 장면이 펼쳐질 예정이다.

“상황이 많이 다르다. 1998년 논의 당시 나도 함께했는데, 당시 각 국내 올림픽위원회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국제정세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양국 지도자도 다르다. 이번에는 한반도에서 올림픽이 벌어진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국내에서 굉장히 논쟁적인 이슈다. 엄청난 진전이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한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단일팀 논의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남북 단일팀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나도 최근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들어봤다. 하지만 기존 23명의 선수 중 그 누구도 팀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 시합 출전 시간은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팀워크를 형성하는 데 시간이 너무 짧지 않냐는 우려가 있다.

“북한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합동 훈련에 참가하도록 노력해서 그런 걱정을 줄이겠다. 그리고 감독이 어떤 포지션에 어떤 선수를 기용할 건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해결방식이 매우 좋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평창회의 소회를 말해달라.

“평화 조약도 맺지 않은, 전쟁 중인 두 국가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함께 들어서서 평화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독일 출신인 나는 그런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평화를 향한 갈망이 얼마나 힘이 센지 잘 알고 있다.”

-IOC가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도 다른 참가국들처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 심지어 의무가 있다.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모든 국가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건 IOC에게 부여된 임무다. 이에 더해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한 데 뭉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일팀, 한반도기 등은 이상적이지만 여전히 한국 청년들 중엔 걱정하거나 심지어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회식은 상징적이다. 경기 후에는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흘러나올 것이다. 한편으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바라고 있는 젊은 세대에 평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줄 거라고 확신한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나 연맹 가입국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모든 국제 협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전향적이었다. 국가별 할당에 추가 쿼터를 주면서도 동시에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하는 문제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정치게임에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상호이해와 평화가 바로 올림픽의 목표다. 한 때 분단국이었던 독일인으로서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분단 독일은 단일팀을 통해 평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스포츠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보는가.

“스포츠 자체로는 평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평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배경이나 정치적 긴장과 상관없이,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모두 같은 규칙 아래에서 경쟁한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같이 살면서, 이들은 자신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서로 보여주고, 모두가 존중ㆍ관용ㆍ평화라는 올림픽 가치를 존중한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치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북핵 문제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올림픽대회와 IOC는 개별 국가나 개별 지도자에게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이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 하지만 206개의 모든 올림픽 가입국은 평등하게 대우받을 것이다. 평창올림픽 선수촌은 평화로운 지구촌이 될 것이다.”

-IOC는 2014년부터 북한 동계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북한측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인가.

“매우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IOC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존중할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바흐 위원장 당신도 올림픽 선수 출신이다.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나 종목이 있는가.

“나는 하계스포츠 선수였지만 독일은 동계스포츠가 매우 발달한 나라다. 동계스포츠에 관해서도 많이 들어봤고 제법 알고 있다. 린지 본처럼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그들의 기량을 뽐내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새로운 전설이 탄생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참가를 두고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 같다’는 말도 나온다.

“나는 그 말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이것은 존중에 관한 문제다. 한국 사람들은 최근 한국의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룬 훌륭한 업적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을 방문하는 다른 팀도 존중하면서 올림픽 호스트로서 동계올림픽을 잘 즐겨줬으면 좋겠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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