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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 옆 작은 금강산…출렁다리로 부활한 소금산

입력
2018.01.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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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개통으로 새롭게 부활하는 소금산과 간현유원지.
출렁다리 개통으로 새롭게 부활하는 소금산과 간현유원지.

1월 11일 11시, 100m 상공에 길이 200m, 폭 1.5m로 건설된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 개통으로 원주 소금산은 단숨에 가장 핫한 여행지로 떠올랐다. 소금산이 위치한 간현유원지는 1980년대 원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 거의 잊혀져 가다 출렁다리 덕분에 3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소금산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송강 정철은 “한수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드메뇨, 치악은 여기로다”라며 섬강과 소금산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노래했다. 한양과 원주를 오갈 때 간현리 섬강 나루터를 건너며 지은 시조다.

개인적으로 처음 소금산을 찾은 것은 2009년이었다. 원주하면 치악산이란 생각으로 별 기대 없이 갔다가 너무나도 반해버린 여행지다. 깎아지를 듯한 철 계단, 한 폭의 그림과 같이 굽이쳐 흐르는 초록 빛깔 섬강,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얇디 얇은 선로를 달리는 기차는 그야말로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그래서 송강 정철은 작은 금강산과 같다 하여 이곳을 소금산이라 불렀나 보다.

수직에 가까운 소금산 404계단
수직에 가까운 소금산 404계단
계단을 오르다 내려다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계단을 오르다 내려다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섬강 사이로 이어진 산줄기.
섬강 사이로 이어진 산줄기.

출렁다리가 생기기 전 소금산을 즐기는 법은 이랬다. 우선 간현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댄 다음 섬강을 따라 걷는다. 식당가를 통과하고 간현수련원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등산로가 보인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로는 예사롭지 않다. 조금 오르다 보면 철 계단이 나오는데 무료 404개다. 일명 ‘404철계단’의 경사도는 전체적으로 50도 정도지만, 가파른 곳은 수직에 가깝다. 자신도 모르게 철 계단의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게 된다. 하지만 오르다 내려다보는 풍광은 정철의 표현대로 작은 금강산이다.

404계단을 다 오르면 어려운 곳은 없다. 멀리 치악산과 매화산이 보이고, 강원도와 경기도 양평의 산 능선과 봉우리가 겹쳐진 풍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발 밑에는 에메랄드 빛 섬강이 멈춘 것처럼 조용히 흐른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작은 쉼터가 나오고 능선 따라 가면 소금산 정상까지 쉽게 갈수 있다. 출렁다리는 소금산 정상에서 하산하다 500m쯤 남은 지점에 건설됐다. 출렁다리를 완공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404계단 구간이 힘들어서 만들었겠구나 싶었는데, 이 철 계단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출렁다리 개통으로 등산객이 몰린 소금산.
출렁다리 개통으로 등산객이 몰린 소금산.
아찔한 풍경의 소금산 출렁다리.
아찔한 풍경의 소금산 출렁다리.

지금이야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가 전국 곳곳에 들어섰지만, 60대 이상 세대들에게는 밤섬유원지, 일영유원지 등 유원지 나들이가 대세였다. 시대가 변하면 유행도 변하듯 여행지도 흐름을 타지 못하면 쇠퇴한다. 간현유원지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번 출렁다리 개통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일요일인 지난 21일엔 하루 1만 8,000명 정도가 방문했다. 지역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따끈한 어묵을 비롯한 음식과 막걸리 등을 준비했다. 30년 만에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이다. 전국의 유원지는 유명 사찰처럼 대부분 역사가 깊고 문화가 풍성하고 자연이 훌륭한 곳에 위치해 있다. 이번 소금산 출렁다리를 계기로 잊혀져 가는 다른 유원지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간현유원지와 소금산이 위치한 곳은 원주 지정면, 지금은 광주원주고속도로 동양평IC나 서원주IC에서 가깝지만 이 도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영동고속도로 문막IC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들어올 때 상습적으로 교통 정체가 시작되는 곳으로 기억하지만, 문막은 예부터 강원도에서는 흔하지 않은 평야로 유명하다. 또 원주의 제일가는 포구가 있어 사람들이 몰리고 번창한 곳이었다. 처음에는 섬강을 막은 ‘물막이’로 부르다 나중에 문막(文幕)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원지가 위치한 간현도 원래 ‘간재’였는데, 고개 ‘현(峴)’ 바꾸어 간현으로 표기했다고 전한다. 인근 건등산(260m)은 태조 왕건이 견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후 산에 올랐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소금산 산행에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간현유원지 주차장~제3지구야영장~철계장~제6쉼터~제5쉼터(정상)~제4쉼터~제3쉼터~제2쉼터~제1쉼터~청소년수련원까지 약 3.5km 코스를 걷는다. 국내여행 전문 승우여행사(02-720-8311, swtour.co.kr)에서 매주 화ㆍ토ㆍ일 소금산 출렁다리와 여주 천서리막국수촌을 가는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팀장 keun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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