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박 없는 요양병원 들여다보니
인력 더 필요해 간병비 부담 커
“환자 6명 당 간병 1명 필요”
80대 노인 김영종(가명)씨는 요양병원에서 수개월을 지내는 동안 온몸에 걸쳐 욕창이 생겼는데 병원을 옮기자 두 달 만에 완치됐다. 치매 환자라는 이유로 신체보호대에 묶여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는데, 바꾼 병원은 김씨를 침대에 묶지 않고 자유롭게 화장실을 가고 병실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해준 후 치료를 했더니 상처가 아문 것이다. 대신 병원은 김씨의 안전을 위해 개인사와 행동 특성, 동선을 파악한 후 꼼꼼히 기록해 ‘맞춤형 간호’를 했다. 김씨가 늘 새벽 1시쯤 잠에서 깨 화장실을 가고 주변을 배회한다면 이 시간에는 당직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더 주의 깊게 돌보는 식이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3층 병실 입원 환자 21명 중 18명의 한쪽 손이 병상에 묶여 구조가 지연된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가 급성기 병원(일반병원)의 신체보호대 사용도 요양병원에 준용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신체보호대 사용 억제는 간호ㆍ간병 인력 확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해 자칫 말뿐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가 입원하고 있는 경남 창원 희연병원은 2009년부터 환자들에게 신체보호대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뇌혈관 질환ㆍ치매 등의 재활치료와 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 등 500병상을 운영하는데 현재 신체보호대를 사용한 병상은 단 한 곳도 없다. 환자가 콧줄과 소변줄을 뽑고 변을 만지는 등 ‘문제 행동’을 해도 신체를 구속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간호사들의 주요 일과다.
이게 가능한 건 각 병실(1~6인실)당 1명씩 요양보호사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김양수 희연병원장은 “신체보호대를 사용하지 않아 돌봄 부담이 커지자 첫 해는 간호사 절반이 퇴사할 정도로 간호ㆍ간병 인력들이 힘들어 했다”며 “의료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실천하기 위해선 간병을 위한 인건비 부담도 있어 보호자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종병원 사례처럼 노인들이 많이 찾는 급성기 병원의 경우 환자 신체 구속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신체 결박이 꼭 필요한 중환자는 대부분 두 손 결박을 하고, 한 손 결박은 치매환자 등의 이동 제한을 위해 주로 사용한다”며 “세종병원 측이 모두 한 손만 결박한 것은 간호ㆍ간병 편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세종병원 3층 21명의 입원환자 중 12명은 치매 환자로 확인됐다.
희연병원처럼 신체 구속을 하지 않는 요양병원들은 상대적으로 간호ㆍ간병인력을 더 채용하다 보니 간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간병 인력 확보 없이는 정부의 권고가 자칫 탁상공론식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은 “노인 환자를 24시간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환자 6명 당 간병인력 1명이 필요하다”며 “일반병원은 꼭 사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 만큼 환자 질병 특성에 맞는 보다 세밀한 기준 마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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