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작가 기안84(김희민ㆍ34)가 7년 전 블로그에 쓴 글로 ‘여성혐오(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반면 “여혐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안84는 2011년 자신의 블로그에 예명 ‘기안84’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자주 받는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이같이 적었다. “기안84 뜻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경기)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 화성시는 1986년부터 5년에 걸쳐 여성 10명이 목숨을 잃은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 글이 7년 만에 뒤늦게 논란이 됐다. 지난달 31일 여성시대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글을 지적하는 의견이 올라오면서다. 비판 대상이 된 건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이라는 표현이다. 한 여성시대 회원은 “여자들이 연쇄 살해 당한 게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향수처럼 느껴지나 보다”라며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기안84의 과거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웹툰 ‘복학왕’에서 극중 갓 30살이 된 여성을 향해 “늙어서 맛이 없다”는 대사를 그려 넣었다가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안84는 이후 문제의 장면에서 해당 대사를 뺐다.
논란의 불똥은 기안84가 고정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로도 튀는 모양새다. 1일 오후 1시 기준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안84와 관련해 7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한 시청자는 “기안84님의 예전 글을 봤다. 이런 발언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하차하지 않으면 시청을 중지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기안84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문제의 글이 게시된 기안84 블로그에도 이날 하루만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블로거는 “7년 전 얘기로 논란을 만드는 분들은 뭐냐”며 “기안84님이 여성을 혐오한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번 논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블로거는 “’논두렁이 아름다운 도시지만, 여성들이 실종됐다는 도시’라는 식으로 (자신의 동네에) 아름다운 면과 어두운 면, 두 개의 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쓴 것 같다”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여성들이 실종되는 게 아름답다고 해석될 수 있느냐”고 했다. 기안84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