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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정치적 표현 불가”... 달튼 ‘이순신 헬멧’ 못 쓴다

입력
2018.02.04 15:3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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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日 자극 우려… “규정 위반”

올림픽 개막前 장비 점검 후 통보

달튼 “매우 실망… 고쳐서 쓰겠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마스크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 그림. 인천=연합뉴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마스크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 그림. 인천=연합뉴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캐나다 출신 귀화 골리(골키퍼) 맷 달튼(32)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시즌을 맞아 마스크(헬멧) 디자인을 바꿨다. 왼쪽에 푸른색, 오른쪽에 붉은색을 넣어 태극마크를 표현했다.

푸른색 면엔 임전무퇴(싸움에 임하여 물러섬이 없음) 정신의 충무공 이순신 그림을 새겼다. 마스크 뒷부분과 다리 패드 양쪽에도 태극기가 선명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본인이 직접 디자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주장 박우상(33)은 “귀화 선수들을 보면 다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장비를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맷 달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맷 달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달튼은 평창올림픽을 대비한 실전 무대에서 줄곧 새로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3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평가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때는 달튼의 마스크에 그려진 이순신을 볼 수 없다. 올림픽 개막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장비를 점검한 뒤 이순신 그림을 ‘정치적 표현’으로 규정하며 착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달튼은 “IOC의 결정을 듣고 상당히 실망했다”며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규정이 그렇다면 고쳐서 쓰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면서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장비 매니저와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달튼은 한국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다. 2009년 세계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 브루인스의 지명을 받고 2011년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로 무대를 옮겨 세 시즌 동안 뛰었다. 2014년엔 국내 실업팀 안양 한라에 입단하며 평창올림픽 출전 꿈을 키웠고, 2016년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의 한국 이름은 ‘한라성’이다. 한국의 골문을 막는 철옹성이 돼 달라는 뜻에서 팬들이 지어줬다.

IOC는 올림픽에서 국가 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일절 금지한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할 때 내세우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할 수 없는 이유도 IOC의 규정 때문이다. 김대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문화국장은 “첫 공동 입장이 이뤄진 2000년 시드니올림픽 한반도기엔 제주도를 제외하고 서해, 남해 등에 위치한 섬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독도 표기를 하지 않은 것 역시 전례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축구 대표팀의 박종우는 일본과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종이를 들고 운동장을 돌았다가 동메달 박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선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3,000m 계주 시상대에 올라 ‘백두산은 우리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보여 중국과 대회 조직위의 항의를 받았다.

한편,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3일 카자흐스탄과 1차 평가전에서 1-3(1-0 0-1 0-2)으로 역전패했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뛰었던 캐나다와 미국 출신 귀화 선수들을 전원 빼고 이번 평가전에 나섰다. 그런데도 대표팀은 사실상 2진 전력이나 다름없는 카자흐스탄을 꺾지 못했다.

대표팀은 5일 오후 9시 카자흐스탄과 2차 평가전, 8일 오후 7시에는 슬로베니아(이상 인천선학링크), 10일 오후 2시에는 러시아와 평가전(안양 실내링크)을 치른다. 4차례의 평가전으로 실전 담금질을 마치고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A조에서 15일 체코(6위)를 시작으로 스위스(7위), 캐나다(1위)와 맞붙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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