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숙식 편의” 이유 들어
당초 경의선 육로에서 경로 변경
외부보다 통제 등 용이한 점 고려
“한반도 정세 전환에 활용” 관측
*정부는 “예외 적용” 입장
5ㆍ24조치로 北선박 입항 금지
“해당 선박 美 독자제재 대상 아냐
예외조치 땐 입항 어렵지 않을 것”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강릉ㆍ서울에서 공연하는 북측 예술단이 만경봉 92호를 이용키로 했다. 통일부는 5일 “만경봉 92호가 해상경계선 특정 지점에서부터 남측 호송함의 안내를 받으며 6일 오후 5시쯤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5ㆍ24조치에 예외를 두기로 결정했으나, 남측이 북측의 제재 이완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시선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북측이 전날 오후 통지문을 통해 6일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 92호로 방남하며, (배를) 예술단 숙식 장소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공연 준비를 위해 이날 하루 먼저 내려온 선발대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예술단 약 120명은 당초 경의선 육로로 내려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배를 타고 오겠다고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정부는 보수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등 입장이 곤란해졌다.
북측이 밝힌 사유는 편의성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선박에 머무는 게 숙식에 편리하다”는 것이다. 1992년 취항한 만경봉92호는 9,700톤급 대형 크루즈선으로, 승선 가능 인원은 약 350명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부산 다대포항에 정박해 응원단 숙소로 쓰인 전력이 있다. 예술단 등이 선박에 체류할 경우 남측 제공 숙소보다는 외부 격리 및 관리ㆍ통제가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선박을 이용하겠다고 결정한 건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대북제재에 빈 틈을 만들기 위한 북한 특유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마련한 5ㆍ24조치는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 및 영해 통과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 요구대로 만경봉 92호가 입항, 정박하기 위해선 5ㆍ24조치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뜻이다. 체류 기간 중 선박에 사용할 정유제품을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만큼 추가적인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선박 이용 제안에는 대북 제재를 흐트러뜨리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엿보인다”고 밝혔다.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정세 전환에 나선 상황에서 북한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5ㆍ24조치의 예외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로서는 지난달 북한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전세기를 동원하는 과정에서도 미국과 협의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서 예외를 적용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나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예외 조치를 하면 입항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유제품 공급 시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보리에 지원 내역을 보고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백 대변인은 “2013년에도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5ㆍ24조치 예외사업으로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5ㆍ24조치에 처음으로 예외를 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남북은 구체적인 일정과 경로 등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 예술단 선발대는 공연 준비를 위해 본진보다 하루 먼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했다. 실무 책임자인 김순호 행정부단장 등 23명은 오전 11시 28분쯤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오후 1시 17분쯤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 입경 게이트를 통과했다. 김 행정부단장은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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