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돈 올 것이니 받아두라”
MB집사 김백준 구체적 진술
다스ㆍ민간인 불법사찰 등
다른 의혹 수사도 탄력 받을 듯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기정사실화했다. 검찰이 5일 이 전 대통령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사건 ‘주범’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해 피의자 신분임을 공식화해서다.
검찰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방조범’으로 명시해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이라고 밝힌 건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다. 즉,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없었다면 김 전 기획관의 범행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돈을 수수했다는 점을 (김 전 기획관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 두라’거나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국정원 측에서 건넨 돈을 직접 전달 받았다”는 김 전 기획관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정원 직원들 진술도 받아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 몸통으로 지목된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이 소환 후 구속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리상 방조범은 주범(정범)과 독립해 성립될 수 없고, 주범의 형이 훨씬 무거운 게 보통이다. 방조범인 김 전 기획관이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주범인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소환 조사가 당연시됐지만 이 전 대통령 소환 시기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개막을 앞둔, 혹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소환될 경우 생기는 국제적 위신 문제라기보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양한 혐의들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부르는 게 검찰 입장에선 보다 타당하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 관련 특활비 상납 사건 외에도 3, 4가지 수사의 최종 목표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관련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다스가 BBK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 받는 과정에 청와대, 외교부 등 정부가 관여했다는 고발 사건을 맡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를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한 후, 사건 관계자들을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차근차근 자료와 진술을 모으고 있다.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과거 정호영 특검팀이 발견하고도 형사처벌하지 않은 120억원의 성격 규명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수사 은폐ㆍ축소 의혹’에 대한 수사도 종국에는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한 수사가 종착지에 다다랐을 무렵 소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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