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인공지능(AI)이 건강, 교육, 의료 시설, 무기 등 생활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가운데 음악 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니,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들이 연이어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차트 시장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AI 시대’를 연 주인공은 kt뮤직의 지니다. 지니는 지난해 6월 국내 음악 서비스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인공지능 음악 서비스인 지니보이스를 공개했다. 지니보이스는 인공지능 음성명령기능으로 “1990년대 음악 추천해줘”, “워너원 노래 틀어줘” 등 이용자의 다양한 음성명령을 음악 재생으로 연결한다. 기존 텍스트 검색에 비해 구현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 많은 이용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12월 지니는 기존보다 한층 진화된 인공지능 통합 서비스 지니어스를 출시했다. ‘더욱 똑똑해진 AI’를 표방하는 지니어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음성인식서비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들리는 노래 한 소절을 듣고 바로 해당 노래를 들려주는 사운드 인식서비스까지 탑재하고 있다. 지니어스는 살아 있는 감정을 가진 캐릭터 우리로 표현됐다. 지니어스 캐릭터 우리는 다양한 표정과 채팅으로 이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지니는 이후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콧노래나 허밍으로도 음악을 검색해주는 영역까지 AI 음악검색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다 이용자를 자랑하는 멜론도 지난해 스마트 음악검색 서비스인 멜론 스마트 아이(i)를 공개했다. 멜론의 체계적인 빅데이터 분류와 카카오 아이의 음성형 엔진을 결합시킨 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은 원하는 노래가 떠오르지 않거나 분위기와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 필요할 때, 혹은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 등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엔터사들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B2B 콘텐츠 유통사업 및 음악 B2C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약에는 AI, 블록체인 등 ICT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앞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음악 서비스들에게 AI는 빼놓을 수 없는 옵션이 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문화콘텐츠포럼’에 참석했다. 기조연설에서 이 프로듀서는 “인터넷의 발달로 생긴 ‘인터넷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을 지나 지금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이 떠올랐고, 이제는 ‘AI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AI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을 우리 SM엔터테인먼트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음악을 주로 소비하는 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AI를 통해 검색하고 향유하는 ‘AI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이 될 것이다. 이용자의 선호도와 그 날의 날씨 등에 기반해 음악을 선곡해 주는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AI 네이티브 제너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대두할 것을 점치게 한다.
최근까지 음악은 주로 차트에 있는 톱 50, 톱 100 위주로 소비돼 왔다. 개인이나 업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듣는 인기 음악이 어디서나 들려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차트 위주의 소비는 차트에 진입하지 못 한 음악이 음악 팬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더욱 낮게 만들었고, 새로운 음악이 차트에 진입하는 장벽은 높게 만들었다. ‘음악을 고르기 귀찮아서’, ‘우리 매장을 찾는 손님이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몰라서’, ‘딱히 취향이라고 할만한 음악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만든 단단한 차트의 벽에 AI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인의 특성을 세밀히 고려하는 AI 세상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결국 음원 차트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전망이다.
사진=지니, 멜론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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