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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아베 일본 총리의 평창 올림픽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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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아베 일본 총리의 평창 올림픽 가는 길

입력
2018.02.06 13:4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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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도 움직일 수 없다”는 위안부 합의

日은 피해자 명예ㆍ존엄 회복에 뭘 했나

가는 길에 광주 나눔의집 들르면 어떨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본을 위해서나 한일관계를 위해서 올바른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재검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외교부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가 위안부 합의 관련 검토 보고서를 공표하면서 몇 가지 진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관철되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를 내렸을 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9일 강경화 외교장관이 양국 간 재협상은 추진하지 않으나 2015년 12월의 합의가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 기금 출연으로 조성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일본과의 향후 재협의 방침을 표명하였을 때에도 불만을 표했다.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은 위안부 관련 양국간 합의를 1mm도 움직일 수 없다 했고, 한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 주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분위기를 무릅쓰고 평창 방문을 결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아베 총리는 2월9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창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측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고, 한국측이 원래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필자도 우리 정부가 전 정권 시기의 양국간 합의를 재검토하고 변경하려는 모습을 보인 게 외교관행상 적절한 것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회에 우리도 과연 일본이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를 성실하게 준수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5년 합의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에 손상을 가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총리 자신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위안부 TF도 이 부분이 종전보다 진전된 성과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 과연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이러한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자세를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위안부 합의 직후에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위로의 서한을 발송할 필요성이 일절 없다고 발언한 게 과연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자세의 표명이었나. 일본이야말로 원래의 합의를 1mm도 변경시키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을 넘어, 한일 양국 간에는 상호 협력해야 할 정책 분야가 산적해 있다. 비록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 및 예술단을 파견하지만, 올림픽 종료 이후에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일 양국 정상은 미국과 더불어 공동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립 관계가 노정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일본이 한국과 더불어 공동 노력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아베 수상은 1월22일 의회 시정연설에서 취임 이후 5년 동안 76개국을 방문해 600회의 정상회담을 실시한 자신의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필자도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등 종종 상대국 정상과 국민을 감동시킨 외교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한 아베 총리가 평창 방문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감동을 안기기를 기대한다. 예컨대 평창 가는 길에 위치한 광주 나눔의 집을 아베 총리가 직접 방문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일본의 자세를 진실하게 표명하면 어떨까. 2015년 합의를 일본이 앞장서 준수하는 모습은 아베 총리가 줄곧 표명해온 “국제협조주의에 입각한 적극적 평화주의” 외교에도 부합하지 않을까. 그 경우 평창 올림픽의 빛나는 조연은 북한 예술단이 아니라 아베 총리일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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