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벽’ 중소거래소 거래 중단
난립 거래소 시장 구조조정 촉발
이더리움 등도 25~30% 떨어져
내달 G20 재무회의서 규제 논의
유럽은행 총재 “완전 투기” 직격탄
“지금보다 90% 폭락 위험” 경고도
글로벌 규제망에 포위된 가상화폐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며 비트코인 가격 기준 개당 700만원선도 무너졌다.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 국내에선 실명거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영업을 중단한 거래소가 처음 출현하면서, 60개 넘는 회사가 난립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에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국내 비트코인 가격(거래소 빗썸 시세 기준)은 오후 2시10분 현재 전날보다 26% 급락한 660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000만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던 지난 2일 이후 나흘 만에 700만원 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700만원 이하로 거래된 것은 지난해 11월14일 이후 3개월만이다. 비트코인은 해외에서도 6,000달러 선이 무너져 이날 오후 한때 5,994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더리움, 리플 등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25~30% 떨어졌다.
연이은 가격 폭락에 가상화폐 투자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0월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 2만3,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상화폐 관련 앱 사용자는 지난달 셋째 주 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186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용 시간과 실행 횟수 또한 한달 전보다 50% 이상 급감했다.
각국은 가상화폐 거래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내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글로벌 규제안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비트코인은 규제 받지 않는 아주 위험한 자산이며 가격은 완전히 투기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가상화폐에 과세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양도세 과세에 대해선)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안을 검토하면서 해외사례를 모으고 있다”며 “거래소의 수익 등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 과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피아는 이날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은행과 거래소 양측에서 실명 확인을 마친 은행계좌 및 가상계좌를 통해서만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실명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 문을 닫은 거래소가 나온 것이다. 코인피아는 투자자에게 제공해온 은행 가상계좌가 실명제 이후 입금 기능이 사라지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자, 거래 은행에 새로운 가상계좌와 실명확인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코인피아 관계자는 “은행이 시스템 문제 등을 이유로 당분간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부득이하게 거래(영업)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 규모 거래소 역시 실명제를 충족하는 가상계좌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코인플러스는 원화 입금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야랩스 역시 가상계좌 사용을 중단했다. 이들 거래소는 은행의 ‘선처’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따라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인계좌로 회원 다수의 투자를 관리하는 이른바 ‘벌집계좌’ 거래소들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국이 벌집계좌 사용을 불법 유사수신행위(인가 받지 않은 기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 보고 있어 단속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업비트, 빗썸, 코인, 코빗 등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및 가상계좌 서비스를 정식으로 받고 있는 대형 거래소 ‘빅4’를 중심으로 거래소 시장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업계는 보안 강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거래소 회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날 해킹 방어 능력 평가, 보안 강화 등의 기준을 통과한 거래소들만 협회에 가입시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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