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은영의 TV다시보기]“아빠야 오빠야?” 막장드라마의 막장 설정

입력
2018.02.08 04:40
25면
0 0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꽃피어라 달순아’에서 부녀지간으로 나오는 배우 임호(왼쪽)와 홍아름. 방송화면 캡처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꽃피어라 달순아’에서 부녀지간으로 나오는 배우 임호(왼쪽)와 홍아름. 방송화면 캡처

방영 중인 KBS2 아침극 'TV소설-꽃피어라 달순아'의 한 장면.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빠. 저 집으로 들어올게요. 이제부터 한은솔로 살겠어요." 어릴 때 기억을 되찾은 달순(홍아름)이 친부라고 여기는 태성(임호)에게 달려가 만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쩐지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배우 임호와 홍아름이 부녀 사이라는 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임호와 홍아름의 나이 차이는 19살. 홍아름은 올해 30세고, 임호는 49세다. 임호가 막둥이삼촌이라고 해야 고개가 끄덕여질 상황이다. 홍아름의 친모로 등장하는 배우 박현정(44)은 엄마인지 언니인지 구분이 안 간다. 이 드라마에서 모자 사이로 나오는 배우 조은숙과 송원석도 18살 차이다. 49세인 조은숙이 31세 송원석의 엄마 역할이다.

KBS1 일일드라마 '미워도 사랑해'에서는 겨우 11살 차이인 배우 이아현(47)과 이동하(36)가 엄마와 아들로 등장한다. SBS 주말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속 배우 박상민(49)과 현쥬니(34)도 버젓이 부녀 사이로 나온다. 현쥬니가 박상민에게 '아빠' 대신 '오빠'라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배우 조은숙(왼쪽)과 송원석은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꽃피어라 달순아’에서 모자지간이다. 방송화면 캡처
배우 조은숙(왼쪽)과 송원석은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꽃피어라 달순아’에서 모자지간이다. 방송화면 캡처
배우 이아현(오른쪽)과 이동하는 KBS1 일일드라마 ‘미워도 사랑해’에서 엄마와 아들로 나온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불과 11살이다. 방송 화면 캡처
배우 이아현(오른쪽)과 이동하는 KBS1 일일드라마 ‘미워도 사랑해’에서 엄마와 아들로 나온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불과 11살이다. 방송 화면 캡처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데, 시대상을 역행해도 너무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남녀 초혼 평균 연령은 각각 32.8세와 30.1세로 30대를 넘었다. 여성들의 초산 연령도 31세로 높아져 30~34세가 47.4%, 35~39세가 22.8%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요즘 TV드라마는 40대가 30대 배우의 부모로 등장하는 '기이한' 설정이 부쩍 늘었다. 한 화면에 잡힌 젊은 부모와 나이 든 자녀의 모습에 드라마 몰입은커녕 황당한 기분이 든다.

장성한 자녀를 둔 젊은 부모의 모습은 지상파 방송의 아침과 저녁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기반으로 살인, 살인교사, 폭행, 납치, 감금 등 '막장' 코드로 무장하고 시청률 재미를 보는 드라마들이다.

방송사들은 "쓸만한 50~60대 배우들이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40대 배우들을 기용한다”고 말한다. 중견배우의 출연료가 주인공 못지 않게 올라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PD들이 40대 배우들과의 소통을 더 선호하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드라마의 기본인 캐릭터 설정부터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으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효자 노릇을 하는 막장 드라마와 절연할 수는 없다. 막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도 기본이라도 지키는 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 아닐까.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