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 방한 전 트럼프에 ‘가이드라인’ 받아
“대북 강경 메시지” 전하려는 무언의 의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북한 대표단 외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5분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장에서 퇴장한 것은 이미 한국 측에 불참을 통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외교 결례는 아니라는 게 한미 당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방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접촉은 허용하되,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접촉해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에 앞서 북미 접촉에 “지켜보겠다”는 여지를 둔 것도 ‘비공식 접촉’은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서지 않았고 펜스 부통령도 적극적인 의사가 없어 북미 조우는 끝내 불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측은 이와 관련 “북한이 사교적으로 다가왔다면, 펜스 부통령도 친절하게 응대했을 것”이라며 북한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9일 오후 6시 시작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장에 지각 입장하고, 그마저도 5분 만에 나가 버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악관 측은 펜스 부통령의 지각에 대해 “일정이 늦어져 조금 늦게 도착했다”고 고의성을 부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은 리셉션 행사에 참석한다는 확답을 한 적이 없다”며 “결례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미국 측은 행사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쯤 미국 선수단과의 저녁 일정을 이유로 리셉션 불참을 통보했으나 우리 측에서 지속적으로 참석을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포토세션 행사장에 잠시 나타난 펜스 부통령에게 “이왕 오셨으니 친구들에게 인사나 하고 가시라”고 두 차례 권유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요청에 이끌려 행사장에 들어섰고, 한 시간 전 치웠던 명패도 헤드테이블 위에 신속히 올려졌다. 리셉션장에 입장한 펜스 부통령은 테이블을 돌며 다른 정상들과 악수를 하면서도 같은 테이블에 있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외면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진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위원장의 앞좌석에 앉았지만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ㆍ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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