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달라질 한미 외교 조명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초청한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은 “동맹국 한미 사이에 딜레마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이 “소원해진 이웃 간에 빠르게 관계를 덥히는 징후”라면서도 “김정은 정권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최대의 압박’ 작전을 이끌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있는 워싱턴에 실망을 안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과거 진보 성향의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연 사실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이들을 계승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한국 지도자를 평양에 초청해 동맹국(한국과 미국) 간 딜레마를 만들어 냈다”고 표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은이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면 미국과는 북핵 억지 전략의 의견차가 커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을 선사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언론은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 인사들과 접촉을 피하고 남북한 동시 입장 장면도 사실상 외면한 대목을 자세히 묘사했다. 일부에서는 펜스 부통령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은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선수단 입장 때 기립을 거부한 펜스 부통령을 트위터에서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림픽이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르냐”며 펜스 부통령의 태도를 비판한 독자 편지를 오피니언면에 실었다.
미 언론은 이른바 백두혈통(김일성 가족)으로는 처음 한국땅을 밟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쏠린 한국사회의 높은 관심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이방카 트럼프가 한국을 사로잡았다’는 제목으로 김여정 행보를 다룬 기사를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정치 공주’이자 ‘퍼스트 시스터’인 김여정이 한국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권력이나 부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단순한 옷차림과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 수수한 머리핀 장식 등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나이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김여정이 방남 기간 내내 입을 다문 ‘모나리자 얼굴’로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여정은 사람의 얼굴을 한 전체주의"라며 "호의를 얻지 못한 국가의 친선대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 역시 김여정을 ‘북한의 이방카’로 지칭하며 북한이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인 이방카 트럼프를 의식해 고도로 계산해 내놓은 대답이라고 평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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