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에 텅 빈 공간이라…”
일반 차량 주차 많아 곳곳 갈등
“과태료 등 단속 근거 마련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목소리
배금선(38)씨는 전기자동차를 인수받은 두 달 전부터 ‘충전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이용하는 경기 김포시내 동사무소 주차장 충전구역에 일반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 좀 빼 달라’고 빌다시피 해 겨우 충전하면서도, ‘웬 유난이냐’는 시선을 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배씨는 11일 “충전구역에 5번 가면 2, 3번은 일반 차량이 주차돼 있어 불편을 겪는다”라면서 “전기자동차 충전구역이 일반 차량 운전자에겐 여전히 주차공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전기자동차 이용자가 늘면서 주차 갈등이 덩달아 도드라지고 있다. 대부분 다툼은 전기자동차에겐 주유소나 다름없는 충전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서 벌어진다. 전기차주들은 주차차량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눌러 “충전을 못 하면 운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이동을 부탁하는 처지지만, 연락이 닿지 않으면 차주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충전소를 찾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일은 주차공간이 협소한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잦다고 한다. 최근 전기자동차 구매 계약을 했다는 김명진(29)씨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주차노면 7개가 전기자동차 충전구역으로 할당됐길래 차량 구매를 결심했는데, 일반 차량 주차로 충전을 못하거나 이웃 간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종종 보여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일반 차량 운전자들도 할 말은 있다.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에서 텅 비어있는 충전구역을 보면 속이 탄단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전혜령(44)씨는 “수영장을 가려고 매일 찾는 동네 오피스텔 주차장에 지난해 충전구역 4칸이 생겼지만, 충전하는 전기자동차를 단 한 대도 본적이 없다”라며 “주차공간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전기자동차 증가 속도에 비해 충전기를 너무 성급히, 많이 설치하는 게 문제란 얘기다.
사실 환경부에 따르면 5년 전(2013년)까지 2,000대 정도에 그쳤던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는 지난해 2만5,000대를 넘어섰다. 전기자동차 구입 시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 지급 등 친환경 정책 덕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전기자동차 충전구역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관계 법령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 충전구역 주차가 공공 이익에 반하는 행위란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내는 것처럼 단속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전기자동차 충전 방해 행위에 대해 2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환경친화적자동차의개발및보급촉진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6개월째 계류 중이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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