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방송이 또 ‘망언’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 이어 이번엔 네덜란드가 타깃이 됐다. 12일 아일랜드의 스포츠 매체 ‘볼스’ 등 외신에 따르면 NBC의 베테랑 앵커 케이티 커릭은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네덜란드 선수단이 입장할 때 수도 암스테르담을 언급하며 “암스테르담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해수면보다 지표면이 낮은 암스테르담은 지리적 특성상 운하가 많다. 시내에 있는 운하를 모두 합치면 길이가 1,000㎞를 넘는다고 한다. 커릭은 이런 사실을 소개하며 “겨울이 되면 많은 운하가 얼어붙는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이동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네덜란드의 강세가 평소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국민적 특성 때문이란 식으로 설명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5개나 갈아치우는 등 빙속 종목 ‘최강국’으로 유명하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커릭의 이날 발언을 풍자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11일 “호주에선 ‘우버(승객과 운전기사를 1대1로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 캥거루’ 서비스를 통해 지역을 이동한다”는 글을 남겨 커릭의 발언을 비꼬았다. 한 네덜란드 네티즌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여름에 출근할 때 수영을 한다”며 “아마 다음 하계올림픽 때 이런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NBC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도중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감사한다”는 취지의 해설자 발언을 송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9일 개막식 생중계 해설자로 나선 조슈아 쿠퍼 라모 NBC 아시아 특파원은 일본 선수단 입장 때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 있어 일본이 문화와 기술, 경제적으로 한국의 중요한 본보기가 됐다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NBC는 11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를 통해 “한국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점을 이해하며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문제가 된 해설자는 올림픽 취재진에서 제외했다고 NBC는 덧붙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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