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雷電症)은 뇌 신경세포의 기능적·구조적 이상으로 과도한 전기 방출이 일어나 발작(경련)이 반복해 일어나는 만성적인 이상 상태다.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올해는 12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올바른 뇌전증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에 제정됐다.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유전 때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고혈압ㆍ당뇨병처럼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40만~50만명 정도이지만 13만7,000여명(2015)만 치료를 받고 있다.
진단은 가족이나 보호자에게서 환자 병력을 자세히 들은 뒤 뇌에서 생기는 전기적 변화를 알아내는 뇌파검사(EEG)로 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촬영(PET), 뇌혈역학적 검사(SPECT) 등과 같은 뇌영상 검사로 정밀 검사한다.
뇌전증 환자의 40%는 항경련제를 2~3년 이상 먹으면 완치되고, 25%는 계속 복용하면 발작이 줄어든다. 65%가 약으로 치료되지만 약이 듣지 않는 나머지 35% 가운데 상당수가 수술로 완치나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은 과도한 전기를 방출하는 뇌 부위를 잘라내거나 방사선 쬠(감마나이프 수술), 뇌의 깊은 부위나 목을 지나는 미주(迷走)신경에 전선을 넣어 미세한 전류를 흘리는 신경자극술을 한다. 신경자극술은 증상 완화와 이상 전기신호 원인 부위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비싼 검사ㆍ수술비가 걸림돌이었지만 2017년 7월부터 산정 특례 적용(보험 수가의 10%만 납부함)이 이뤄져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뇌전증 수술을 위해 꼭 필요한 정밀장비가 국내에 단 한 대도 없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본ㆍ중국 등 해외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술을 받아야 할 뇌전증 환자의 뇌 수술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뇌 자기(磁氣) 변화 검사장비(MEGㆍ30억원)가 국내에 한 대도 없어 중국ㆍ일본에서 검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홍 회장은 “수익이 나는 장비가 아닌 만큼 정부에서 검사장비의 구입ㆍ운영비를 지원하고 국내 병원들이 함께 사용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에는 뇌전증지원센터가 한 곳도 없어 환자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뇌전증을 수술하려면 레이저 수술장비(5억원), SEEG 로봇장비(10억원), 뇌자도 진단장비 (30억원)가 필요하다. 모두 45억원 정도 드는 이들 장비를 갖추면 수십만명의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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