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ㆍ이재용 재판부 판결 비교
삼성 승마지원 마필 崔씨 소유권
뇌물도 코어스포츠 대금 등 72억
李 2심선 말 삼성 소유ㆍ뇌물 36억
“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은 없어”
崔 1심ㆍ李 2심 모두 동일한 판단
오락가락 판단에 사법 불신 우려
국정농단 사건 주범인 최순실씨의 1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재판부와 달리 사건 판단의 향배를 좌우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 공소사실과 최씨 혐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도 수첩의 법적 효력을 둘러싸고 재판부 간에 인정 여부가 엇갈린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재판부 판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사법 불신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3일 최씨와 안 전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안 전 수석 수첩은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이 부회장 2심 판결과는 다른 결론이다. 국정농단 사건관련 재판 중 이날까지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을 부정한 재판부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유일하다. 이 부회장 1심과,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1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1ㆍ2심 등 국정농단 주요 사건에서 증거로 활용됐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만이 “안 전 수석 수첩에 적힌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기재한 건 맞지만, 독대에서 오간 내용까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고,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수석이 2014∼2016년 작성한 63권 분량의 수첩은 박 전 대통령 등의 지시를 일자 별로 받아 적은 것으로, 대기업 총수와 독대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내린 지시 등이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건넨 뇌물 액수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달리 판단했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용역대금 액수는 뇌물로 보면서도 정씨가 쓴 마필에 대해선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용역대금(36억3,484만원)과 말 3필 및 보험료(36억5,943만원) 등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최씨가 측근에게 ‘삼성이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고 한 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이에 대해 ‘그까짓 말’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의 엇갈린 판단만 갖고 따지면 삼성의 승마지원 뇌물과 관련해 공여자는 36억원 가량을 줬고, 수수자는 72억원을 받은 꼴이 됐다.
다만 최순실씨 재판부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검은 개별 현안으로는 삼성물산 합병 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시된 증거로는 개별 현안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명시적ㆍ묵시적 청탁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가량을 받았다는 혐의(제3자뇌물수수)는 무죄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그룹 승계작업 지원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당초 특검은 삼성이 갓 설립된 법인에 거액을 후원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직권남용 행위에 두려움을 느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지급한 '뇌물'이라고 봤다.
결국 국정농단 사태 핵심인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롤러코스터 판단은 대법원 손에 최종 결정이 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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