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기존 120억원 여직원 횡령 사건 외에 상당한 규모의 추가 비자금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스 횡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관계자는 "120억원 횡령 관련 조사는 마무리 단계로 공소시효 문제는 극복했다고 본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2003년부터 이뤄진 다스 경리 여직원의 120억원 횡령 혐의가 형사소송법 공소시효인 10년을 넘겨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던 기존 전망을 뒤집은 것입니다. 공소시효를 넘긴 것으로 보였던 횡령 혐의를 어떻게 처벌한다는 것일까요.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혐의에 ‘포괄일죄’가 적용된다”며 “2003년 다스 경리직원의 횡령에서 이후 자금 회수까지 전체를 다 포괄해서 다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포괄일죄’란 동일한 범죄행위가 수 차례 반복되거나 연속해서 이루어진 경우, 전체를 하나의 범죄행위로 봐서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 시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포괄일죄 법리를 적용하면 공소시효를 넘긴 범죄행위의 처벌 가능성이 열리는 셈입니다.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던 참여연대 측도 그 동안 공소시효 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일죄 법리 적용을 주장해왔습니다. 경리 여직원이 12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린 것은 2003~2007년이지만, 횡령 사실이 적발돼 다스에 돈을 돌려준 2008년 3월까지 범행이 계속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2008년 3월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면,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연장된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검찰은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거나, 아예 공소시효 개정 이후 추가로 조성된 비자금 혐의를 밝혀내는 방법으로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괄일죄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법정에서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포괄일죄가 성립하려면 범죄 의도의 동일성과 시간적 공간적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빼돌린 돈의 사용처가 다스 승계작업용, 정치자금용 등에 따라 범행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언제든지 필요할 때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금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면 연관성 입증이 보다 용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비자금을 만들겠다는 일관된 목적과 의도 아래 지속적으로 자금을 축적했다면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상관없이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검찰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MB의 자금관리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MB의 직접 소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검찰이 포괄일죄 적용을 통해 다스 비자금 의혹의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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