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산업규모 170조원까지 확대
전문인원 공급, 수요 10분의 1 그쳐
스톡옵션 등 구인 파격 제안 줄이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의 인공지능(AI) 분야에는 미래가 없다.”
중국의 경제ㆍ사회분야 정책을 총괄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기획’ 보고서의 결론 부분이다. 2020년까지 관련산업 규모를 1조위안(약 170조원)까지 확대하고 AI분야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운 발개위가 최대 난제로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실제 정보기술(IT)분야 구인사이트 보스(BOSS)의 ‘AI분야 인공지능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기업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은 100만명이 넘지만 활동중인 인력은 연구자 10만명을 포함해 30만명에 불과하다. 발개위 역시 현재 중국 내 AI분야 전문인력 공급이 수요의 10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정부 유관부처가 바이두ㆍ알리바바ㆍ톈센트(BAT) 등 IT분야 선두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며 국가 차원에서 AI 발전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에 건설한 국가 빅데이터 센터의 모든 정보를 이들 기업과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AI 관련 기업과 산업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매년 최소 5만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력은 5,000명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음이 급해진 기업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인재 채용에 나섰다. 베이징(北京)ㆍ상하이(上海) 등지의 대졸 초임자 평균 연봉이 5만위안(약 850만원)인 데 비해 BAT와 화웨이 등이 AI분야 대졸자에게 제시한 연봉은 평균 30만위안(약 5,100만원)에 달한다. 2년 이상 경력자에겐 50만~60만위안(약 8,500만~1억200만원)에 스톡옵션까지 얹어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쟁업체 인력 빼가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클라우드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연구ㆍ개발(R&D)센터 문을 열면서 1,000여명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엔지니어를 채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톈센트 직원 10여명이 한꺼번에 옮겨가면서 논란이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 인재들에겐 이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정부도 초ㆍ중ㆍ고 교육과정에 AI 과목을 추가하고 주요 대학에 AI 관련 단과대학 및 전공학과를 신설하는 등 중장기 전문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해 9월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중국과학원대학(UCAS)이 AI단과대 개설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9월 첫 신입생을 뽑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비롯한 전국 10여곳엔 국가 AI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경제전문지인 경제관찰보는 구글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베이징에 ‘구글 인공지능 중국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소식을 전하며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대적인 AI인력 모시기 총력전의 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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