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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빈아, 네가 몰래 흘린 눈물이 올림픽 역사 썼구나”

입력
2018.02.19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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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나 되는 농구 골대를

제자리 점프로 잡는 모습 보고

썰매 개척자 강광배 교수에 추천

“모든 게 끝났으니 환하게 웃자”

지난해 3월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당시 김영태(왼쪽)교사와 윤성빈. 김영태 교사 제공
지난해 3월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당시 김영태(왼쪽)교사와 윤성빈. 김영태 교사 제공

자랑스러운 내 제자 성빈아! 네가 한국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따며 한국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쓴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다니는 대회마다 우승을 거머쥐며 이미 세계 최강이 돼 있던 너였지만,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네 어머니와 함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걱정했던 게 민망해질 정도로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널 보면서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정말 대견하다.

너를 처음 본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워낙 좋아해서 쉬는 시간 마다 장난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덧 늠름한 금메달리스트가 돼 있구나.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항상 해맑게 웃는 너의 모습이 지금의 너를 만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대학시절까지 운동 선수의 꿈을 키웠고, 운동을 유독 좋아한 너와 함께 방과 후에 몸을 부딪치면서 우리는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지. 앞으로도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고등학교 2학년 말, 체대 입시반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됐지. 다른 학생들이 제자리 멀리 뛰기를 270㎝ 뛸 동안, 너는 별 다른 연습도 안 하고 300㎝씩 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305㎝나 되는 농구 골대를 제자리 점프로 잡는 모습을 보고서는 ‘운동을 위해서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했기에 그 장면은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너를 강광배 교수에게 소개하게 됐고, 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워낙 전문가이시니 너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성빈아, 스켈레톤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빡빡한 대회 일정 가운데 틈날 때 마다 찾아와서 이야기 들려주고 전화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컨디션 조절은 잘 하고 있는지, 음식은 입맛에 맞는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시합에 방해 될 까봐 마음대로 연락도 잘 하지 못했다. 가끔씩 연락이 닿았을 때 힘든 건 없느냐고 물어볼 때 마다 힘든 내색 한 번 안 했던 성빈아, 겉으로는 씩씩한 척 했지만 속으로 왜 힘든 게 없었겠니. 1,2차 주행 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보니 남몰래 속으로 했을 마음고생이 느껴져서 나도 코끝이 찡했다.

보름 전, 올림픽경기에 나서기 전 너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싶어 연락을 취했는데 선수촌에서 나가기가 힘들다는 대답을 듣고 마음 한 켠에 미안함 마음이 있었는데, 너의 금메달로 모든 게 해소된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게 끝났으니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어보자. 수고했다, 내 제자 성빈아!

김영태 관악고 교사

윤성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켈레톤 입문을 권유한 김영태 교사가 16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방문해 윤성빈의 금메달 레이스를 지켜봤다. 김영태 교사 제공
윤성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켈레톤 입문을 권유한 김영태 교사가 16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방문해 윤성빈의 금메달 레이스를 지켜봤다. 김영태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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