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긴장해소ㆍ집단적 친밀감 강화 도모
몸이 반응하는 건강한 행위… 소통에도 도움
18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가 벌어진 강릉 오벌에서 경기를 마친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한 바퀴 돌면서도 끝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의학적으로 눈물은 ▦기본적 눈물 ▦반사적 눈물 ▦감정적 눈물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감정적 눈물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습성으로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강한 감정에 의해 촉발된다.
김인향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상화 선수의 경우 하나의 감정이 아닌 다양한 감정에 의해 눈물이 촉발된 것”이라며 “주변사람에 대한 고마움, 과거 자신을 힘들게 했던 시간에 대한 회상 등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는 유독 ‘눈물’에 박하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는 자신의 취약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라 여기기 때문이다. 남성위주 사회에서 ‘눈물’은 자신감을 상실한 허약한 인간취급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중요한 특정과제가 종결된 후에는 눈물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집단적 친밀감을 도모할 수 있다”며 “이상화 선수처럼 마지막 경기를 끝낸 후 흘린 눈물은 대중들에게 친밀감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도 눈물의 효과는 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눈물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반응이라 말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눈물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지나친 감정을 회복하고 신체를 안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옥시토신이나 내인성 오피오이드를 증가시켜 고통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우리 몸이 반응하는 건강한 행위기에 억누를 필요가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김 교수는 “눈물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리 것 자체가 중요한 소통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울기조차 어려운 ‘감정표현 불능증’에 걸릴 수 있다”며 “힘들고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방증이므로 억지로 눈물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